30일 영국 런던의 다우닝가에서 트럼프의 반이민·난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시위대 수백명이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난민 행정명령’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발이 시민사회 시위뿐 아니라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인도주의적 문제는커녕 이후 진행될 상황에 대한 면밀한 검토도 없이 행정명령을 급하고 미숙하게 쏟아내면서, 아랍계 이민자와 후대의 기여도가 큰 기업들에도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민자 출신 직원들을 돕기 위해 더욱 현실적인 조처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상거래 업체인 아마존닷컴은 행정명령으로 미국 입국이 막힌 이슬람 7개국 출신 직원들과 그 가족들에게 소송 비용을 지원하가로 했다.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인 우버는 29일 300만달러(약 35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이민 문제를 겪는 운전기사들을 위한 지원금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행정명령에 영향을 받는 임직원들의 소송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특히 아마존과 온라인 여행업체 익스피디아는 30일 워싱턴주 법무장관이 시애틀 연방지방법원에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위헌소송을 지지하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익스피디아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자사의 해외 인력 채용 능력을 저해하고 회사의 핵심인 여행알선업에 타격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익스피디아의 다라 코스로샤히 최고경영자(CEO)는 이란 태생으로, 1978년 본국에서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자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온 이주자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도 전체 직원들에게 보낸 전자우편(이메일)에서 “정부 고위 관계자와 의회 지도자들에게 행정명령을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면서 회사 차원에서 법적 대안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간판 정보통신(IT)기업인 구글의 직원들은 30일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의 본사와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에서 시위를 벌였다. 6살 때 소련에서 미국으로 온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도 시위 현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인도 출신인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는 본사 구내식당에서 시위를 벌인 직원들에게 “이민이야말로 이 회사 창립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도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이주 없이 애플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트럼프의 행정명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자동차 제조업체인 포드와 트럼프의 새 행정부 주요 내각 인사를 배출한 골드만삭스 역시 “반이민 행정명령은 우리가 지지하는 정책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성명을 내며 행정명령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이민자·난민 지원 단체에 대한 지원금도 쏟아지고 있다. 자동차 공유 서비스 업체인 리프트도 이민자 지원 시민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에 100만달러(약 12억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은 29일 직원들의 기부금에 회사의 지원금을 더한 400만달러(약 46억5천만원)를 유엔난민기구를 비롯한 난민 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30일 뉴욕 맨해튼에서 시민 1만여명이 모여 트럼프 반대 시위를 하는 등 미국 30여개 주요 도시에서 시위가 이어졌다. 이날 영국에서도 런던, 맨체스터, 뉴캐슬 등에서 수백명의 시위대가 모여 ‘난민을 환영한다’, ‘트럼프는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이어가는 등 세계 곳곳에서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발하는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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