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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트럼프, 이번엔 외국 정상들과 ‘막말 통화’

등록 2017-02-02 16:57수정 2017-02-02 22:00

호주 총리와 난민문제 이견 보이자 최악 통화전화 끊어
멕시코 대통령에도 거기엔 나쁜 녀석들 많다등 거친 표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마이클 플린(가운데) 안보보좌관과 스티브 배넌 백악관 선임고문이 동석한 집무실에서 맬컴 턴불 오스트레일리아 총리와 통화하고 있다. 트럼프는 통화 도중 두 나라 사이의 난민합의를 놓고 이견이 빚어지자 “최악의 통화”라고 턴불을 몰아쳤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마이클 플린(가운데) 안보보좌관과 스티브 배넌 백악관 선임고문이 동석한 집무실에서 맬컴 턴불 오스트레일리아 총리와 통화하고 있다. 트럼프는 통화 도중 두 나라 사이의 난민합의를 놓고 이견이 빚어지자 “최악의 통화”라고 턴불을 몰아쳤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지금까지 통화 중 최악이다.”

지난 1월28일 맬컴 턴불 오스트레일리아 총리와 통화 도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소리치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1시간으로 예정된 두 정상 사이의 통화가 25분 정도 지날 때였다. 대부분 외교적 프로토콜에 의해 의례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통화 자체가 목적인 정상 간 통화에서 이런 경우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4개국 정상과 통화를 했다. 턴불과의 통화가 파탄난 것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두 나라 사이에 맺어진 난민 관련 합의를 두고서였다. 턴불 총리가 미국이 오스트레일리아 난민캠프에 있는 1250명의 난민을 받아주겠다는 합의를 지킬 것인지 확인하려 하자, 트럼프는 “(그건) 최악의 합의였다”고 발끈했다.

트럼프는 정치적으로 “죽을 지경”이라며, 오스트레일리아가 “또다른 보스턴 폭탄테러범들”을 수출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최근 내린 이민제한 행정명령으로 국내외 반발이 거세지는데 오스트레일리아가 자국 난민을 미국으로 보내려는 것은 지난 2013년 4월 보스턴 마라톤 대회 때 폭탄테러를 감행한 범인들을 보내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자국에 난민 신청을 한 약 2500명의 중동 출신 난민들을 본토가 아닌 파푸아뉴기니, 나우루와 마누스 섬 난민캠프에 수용했다. 시설이 열악해 인권침해가 벌어지고 있다는 국제적 비난이 급등하자, 오바마 전 미국 행정부는 미국 보안심사 통과를 조건으로 그 난민의 절반 규모인 1250명까지 받아주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는 화가 안 풀린 듯 2일 밤 트위터에 “이걸 믿는가? 오바마 행정부가 오스트레일리아로부터 수천명의 불법 이민자들을 받기로 합의했다. 왜? 나는 이 멍청한 거래를 살펴볼 것이다!”라고 올렸다.

트럼프는 전날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거친 표현으로 몰아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에이피>(AP)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거기엔 ‘나쁜 녀석들’이 많다. 당신들은 그 녀석들을 막을 충분한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당신네 군이 겁먹은 것 같다. 우리 군은 그렇지 않으니, 그걸 해결하려고 우리 군을 보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스페인어로 남자를 비하하는 뜻인 ‘옴브레’(녀석)라는 표현을 대선 과정에서도 사용해, 히스패닉계 비하 논란을 부른 바 있다.

두 나라 정부는 즉각 이 보도를 부인하고, 트럼프가 니에토에게 멕시코 마약 카르텔 단속을 돕겠다는 제의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시엔엔>이 입수한 녹취록에는 트럼프가 “당신을 도울 거친 녀석들이 필요할 거다. 우리도 최고의 선수들로 적극 돕겠다. 그러나 그놈들이 나가떨어져야 되는데 당신들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멕시코로부터의 불법이민을 막을 국경 장벽 건설을 발표하며 그 비용은 멕시코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해, 니에토 대통령은 전화통화 직전인 26일 미국 방문을 취소한 바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정치·군사·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밀접한 동맹인 오스트레일리아나 멕시코 정상과의 통화에서 이런 의전 무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트럼프의 행동은 자신이 세계 지도자들도 자신이 임명하는 (지역) 총독 같은 부하로 만들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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