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의 수석전략가 겸 선임고문인 스티브 배넌(아래쪽)과 백악관 비서실장인 라인스 프리버스가 6일 플로리다주 팜비치 공항에서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하고 있다. 팜비치 공항/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주말 백악관을 떠나서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자신의 리조트 마라라고에서 주말을 보냈다. 취임 직후부터 쏟아낸 각종 행정명령에 따른 전 세계적 반발과 항의를 뒤로 한 채 취임 2주만에 휴가를 간 것이다. 이를 계기로 트럼프의 백악관이 정책 추진 방식을 재고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백악관 의사 결정 과정에서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의 비중이 커졌다. 백악관 내에서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쳤던 스티브 배넌 선임고문 겸 수석전략가, 최근 대통령 행정명령을 감독했던 스티븐 밀러 정책국장이 견제를 받는 구도로 바뀌었다.
프리버스 실장은 트럼프와 배넌에게 행정부는 정책과 소통방식을 재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프리버스는 특히 새로운 정책을 발표할 때는 홍보 부처와 백악관 직원실장 로버트 포터의 사인 등 10가지 점검사항(체크리스트)을 만들었다. 트럼프도 배넌이 국가안보회의(NSC)의 수석회의 참가자로 결정된 것을 놓고 나중에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안보회의 개편 브리핑을 받을 때 그런 변경사항을 충분히 보고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광석화처럼 밀어붙이던 트럼프의 정책 추진도 숙성 기간을 갖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 진영 내에서는 “속도가 언제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며 “대통령의 팀은 장기전에 대한 어떤 계획도 없이 해변가로 몰려나왔다”는 말이 나왔다. 트럼프가 지난주 밀워키 방문을 취소한 것도 현장의 항의 시위와 반대 여론 때문에 트럼프의 정책 추진 스타일에 제동이 걸리는 걸 드러낸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배넌의 영향력이 위축될지는 의문이다. 백악관에서 그의 비중이 큰 이유는, 백악관 직원 누구보다도 그가 트럼프의 정책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직원들이 그런 비전과 의지가 없어 자신들의 권한 행사를 주저하는 사이, 그 공백을 배넌이 채우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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