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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중국학·일본학 제치고 ‘한국학’부터 도입한 이유는”

등록 2017-02-09 18:46수정 2017-02-09 21:31

[짬] 서울에 온 코스타리카대학 헤닝 옌센 총장
헤닝 옌센 코스타리카대학 총장. 그는 자신을 ‘인문학적 지식인’이며 ‘중남미 사람들에 대해 일종의 책임 의식을 느끼는 중남미 지식인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헤닝 옌센 코스타리카대학 총장. 그는 자신을 ‘인문학적 지식인’이며 ‘중남미 사람들에 대해 일종의 책임 의식을 느끼는 중남미 지식인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대학과 학술교류 확대를 위해 방한한 코스타리카대 헤닝 옌센(67·사진) 총장은 자신이 이끌고 있는 대학을 이렇게 소개했다. “코스타리카의 다른 대학들은 물론이고 교회나 대법원, 다른 복지기관 등과 견줘도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대단한 자긍심이다.

그는 총장 취임 이듬해인 2013년 대학에 한국학과를 개설했다. 중미 대학 가운데 처음이다. 한국 쪽 지원에 기댄 게 아니라 자체 예산으로 ‘한국학과 동아시아학’ 교수직을 만든 것이다. 2009년 이후 이번이 6번째 방한이라는 옌센 총장을 7일 서울 안국역 근처 한 호텔에서 만났다.

2013년 중미권 대학 최초로 개설
한국쪽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시작
“식민 경험·공동체 등 공통점 많아
민주·평화·통합의 길 상호협력 기대”

2009년부터 6차례 서울 찾아 ‘소통’
“군대 없앤 ‘행복 비법’ 전하고파”

옌센 총장은 중국이나 일본학을 제치고 한국학을 먼저 도입한 이유를 두고 “한국과 남미 공통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양상은 달랐지만 한국과 코스타리카는 공통의 식민지 경험을 갖고 있죠. 이는 두 나라가 문화나 사회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비슷한 질문을 던지도록 합니다. 민주주의나 평화, 사회통합의 길을 찾는 과정에서 협력할 수 있을 겁니다.” 첫 방한 때 한국의 과학기술 발전이 지식과 밀접하게 연결되었다는 인상을 받은 것도 한 이유이다.

“우리는 한국의 경험에서 배우고 이걸 넘어 한국과 대화를 이어가려 합니다. 일종의 상호주의이지요. 한국학은 대화를 위한 창구인 셈이죠.” 그는 환경보호와 평화, 인권, 민주주의 등 여러 측면에서 “코스타리카는 모범적 국가”라고 했다. 코스타리카는 인구 480만명으로 중미의 작은 나라이지만 한국인에겐 ‘군대를 없앤 평화의 나라’ ‘숲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나라’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로 인식되어 있다.

“(우리의) 이런 경험이 한국과 대화할 수 있는 기반이지요. 한국학은 우리의 지식을 확장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겁니다. 생태나 식량주권, 기후변화 문제 등에서 한국의 대학이나 기업과 협력을 기대합니다.” 그는 “내년이나 내후년 한국학 석사과정을 개설하고 중미·카리브 지역에서 한국학 네트워크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인으로 이날 자리에 배석한 이 대학 최현덕 교수(철학과)는 옌센 총장이 추진하는 대학의 국제화는 경제적 관점보다는 지구화 시대 문화 간 만남이라는 철학적·인문학적 배경이 더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옌센 총장은 지난해 재선임에 성공했다. 대학의 모든 정규직 교수와, 학생·직원 대표 등 2천명이 참여하는 선거에서 첫 당선 땐 42%, 재선 땐 56%를 득표했다. 그는 1981년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 ‘독일 청소년들의 반사회적 생태가 갖는 성격’ 연구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학문적 관심사는 ‘문화의 정신분석학’이라고 했다. “문화권별로 양육의 양상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연구를 많이 했지요.”

그는 대학의 신자유주의적 경향에 저서 등을 통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기업 수요에 발맞춘다는 명분으로 인문학 관련 학과를 없애고 교수들은 논문 쓰는 기계로 전락해가고 있는 게 우리 대학의 현실이다. “코스타리카대학도 교육의 질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 분명히 관심이 있습니다. 엄격한 교수 평가시스템도 갖췄지요. 또 대학은 교문 밖의 일과 시장 상황을 알아야 합니다. 다만 외부 현실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선 폭넓게 전체적으로 공부를 해야 합니다. (철학자인) 헤겔과 스피노자도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죠.” 그는 코스타리카대학은 지역사회 혹은 공동체와의 철저한 통합을 추구하고 있다고 했다. 학생들이 이주민과 환경오염과 같은 사회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300시간의 사회봉사를 해야 졸업하도록 정한 것도 이런 의도에서다.

그는 특히 군대 폐지를 “축복이었다”고 말했다. “국가에 큰 혜택을 주었죠. (남은 예산으로) 복지·교육·문화·의료에 집중하도록 했어요. 우리의 정치적 디엔에이에 군대라는 걸 아예 없앴어요.” 코스타리카는 2011년 이웃 니카라과와 국경 분쟁도 겪었다. 군대 부활 논의가 있느냐는 질문엔 “없다”고 단호히 답했다.

행복 체감도가 매우 높게 나오는 나라의 심리학자에게 ‘한국인의 행복’에 대해 물었다. “코스타리카는 공동체적 속성이 강합니다. (개인들이)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사회적 끈을 놓지 않죠. 반면 한국인은 과거의 공동체적 전통이나 급속한 경제발전 등을 고려할 때 어딘지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는 “한국인들이 친구처럼 인간적으로 대하고 손잡기와 같은 신체적 접촉이 많은 편”이지만 이런 점이 고립성을 극복할 만한 정도인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그에게 자랑할 만한 환경정책을 소개해달라고 해봤다. “최근에도 전체 국토에서 숲 면적 비율이 늘고 있어요. 환경에 부담을 주는 축산업 면적은 계속 줄이고 있어요. 밭을 숲으로 바꾸면 보조금도 주죠.”

중미는 ‘미국의 뒷마당’이다. ‘막가파’ 트럼프의 출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국제질서를 어지럽히면서 새로운 불균형을 만들어내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미국 바깥의 70억명은 대화를 계속 해나가고 평화를 발전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분명히 있습니다. 미국 바깥 사람들이 정치나 경제, 문화 분야에서 새로운 연대를 만들어 실천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글·사진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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