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 세대 중 가장 과대평가되고, 가장 과대 치장되고, 축구를 좋아하고, 가장 심하게 야단맞는 여배우랍니다.”
할리우드 인기 배우 메릴 스트립(사진)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또 한번 반격의 메시지를 날렸다. 지난 11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열린 성소수자 권리옹호단체인 ‘휴먼라이츠캠페인’(인권운동) 시상식에서 ‘국민평등동맹상’을 받은 스트립은 수상 소감을 통해 트럼프를 약자를 괴롭히는 ‘깡패’(bully)에 비유하며 강하게 비판했다고 <에이피>(AP), <뉴욕 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지난 대선에서 힐러리 후보를 지지했던 스트립은 지난달 열린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 평생공로상 수상 소감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정책, 언론 기피와 혐오, 장애인 차별 등을 비난했다. 이에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가장 과대평가된 배우”라고 비아냥거렸다.
“집에 남아 접시나 닦을까도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받은 상과 영광의 무게가 나에게 분명한 발언을 요구했다”고 운을 뗀 스트립은 이날 눈물과 익살이 섞인 감동적인 연설로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는 뉴저지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반 친구들과 함께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을 찾아 자유의 진정한 의미를 배웠던 날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며, 그 선생님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했던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무식과 억압, 그리고 우리 자신을 숨기는 나쁜 시절로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면 우리의 권리를 위해 죽은 사람들, 성소수자 운동의 선각자들, 모든 민권운동의 맨 앞줄에 섰던 사람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우리는 그들을 실망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스트립은 또 “(트럼프가) 트위터를 통해 채찍을 휘두르며 벌을 주고, 모욕을 가하며, 언론을 불법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갈색 셔츠를 입은 군인들이 우리의 이마에 과녁 표시판을 붙이고 모든 공격을 해대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며 “그런데도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행동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사항이 없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갈색 셔츠’는 나치 군인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최근 트럼프 동조 세력을 비유하고 있다. 그는 “트럼프의 위험한 본능이 우리를 핵겨울로 인도하지만 않아도 그에게 감사해야 한다”며 “우리가 누려온 자유가 정말이지 얼마나 연약한지를 그가 일깨워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립은 13일 아카데미위원회가 발표한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작’에서 실존 인물인 뉴욕의 음치 성악가를 연기한 <플로렌스>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20번째 지명됐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