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플린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 EPA 연합뉴스
마이클 플린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13일 러시아와의 부적절한 접촉 논란으로 결국 사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본인을 비롯한 트럼프 행정부의 ‘러시아 커넥션’ 의혹이 확산될 전망이다.
플린은 이날 사직서를 내고 주미 러시아 대사와의 접촉에 대한 “불완전한 정보”를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제공했다고 시인했다.
플린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에 세르게이 키슬야크 주미 러시아 대사와 만나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 해제 등을 논의하고도 이를 숨겼다는 의혹을 받았다. 플린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러시아 대사와의 만난 자리에서 제재 해제 등 외교사안 논의는 없었다는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플린의 주장에 따라 그가 러시아 대사와 외교 사안을 논의하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옹호했다. 미국의 로건법은 공직을 맡지 않는 민간인이 외교 사안에 개입하는 것을 위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는 플린이 키슬야크 러시아 대사와 부적절한 접촉을 했음을 파악하고, 백악관에 “플린이 러시아의 협박에 취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3일 보도했다. 샐리 예이츠 전 법무부 장관 대행은 이를 백악관에 직접 전달하며 경고했다.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장,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장도 이를 파악하고, 예이츠와 같은 우려를 공유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워싱턴포스트>의 보도가 나가자, 트럼프 대통령은 플린에 대해 “상황을 평가하고 있다”는 성명을 백악관이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지 한달도 안돼, 백악관의 최고 요직인 안보보좌관이 사임함에 따라 그동안 논란을 빚던 트럼프 행정부의 러시아 커넥션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서둘러 플린을 사임시킨 것은 지금까지 트럼프 행정부의 행태를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플린은 키슬야크 러시아 대사와 접촉에서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와 관련해 단순한 논의를 넘어서 부적절한 거래를 한 것이 드러났을 수도 있다.
<워싱턴포스트>도 이런 점을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는 퇴임 전에 러시아의 미국 선거 개입과 관련해 제재를 발표했는데, 러시아 쪽은 이에 대응하지 않겠다고 발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 결정을 치하했다. 그 후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하고 나서는 러시아 제재 해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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