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0일 “내 대통령이 아닌 날”

미 ‘대통령 날’ 전역서 반트럼프 시위
하얀 가운 과학자들 “과학 공격말라”
온난화 부정·‘반 환경보호’ 청장 항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반대하는 시민들이 19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우리는 파시스트 미국을 받아들이길 반대한다” 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카고/AFP 연합뉴스

미국 ‘대통령의 날’인 20일을 맞아 과학자들을 비롯해 미 전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백악관 견습생’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독주가 미국 사회 곳곳에서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보스턴 글로브> 등 미 언론들은 19일 수백명의 과학자와 환경론자들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과학과의 전쟁’에 항의해 보스턴 코플리광장 등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시위대 일부는 실험실이나 연구실에서 입는 하얀색 복장을 하고 있었으며, “과학이 중요하다”, “과학자들은 진실을 추구하고 세계를 구한다” 등의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하버드대 박사후 과정을 밟으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재생에너지를 연구하고 있다는 제프리 수프랜은 “과학은 번영과 진보의 근간이라는 메시지를 트럼프에게 정말로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과학과 연구가 공격을 받고 있다. 일어나서 싸우자”라고 외치기도 했다.

트럼프는 선거 유세 기간 중 기후변화는 중국이 만들어낸 ‘사기’라고 주장하는 등 지구온난화 현상에 대한 과학적 결론을 부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또 이들은 반환경론자로 알려진 스콧 프루잇을 환경보호청장으로 임명한 것에 분노를 표시했다.

앞서 18일에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뉴욕 워싱턴스퀘어 공원에서 “미국 대통령제가 죽었다”라고 쓴 만장과 관을 들고 행진하는 ‘모의 장례식’을 열기도 했다.

<엔비시>(NBC) 방송은 ‘대통령의 날’인 20일 ‘내 대통령이 아닌 날’이란 이름의 대규모 반트럼프 시위가 전국 곳곳의 대도시에서 일제히 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3500여명이, 뉴욕에선 1만2천여명이 시위 참가 신청을 했다고 주최 쪽은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왕 수석’ 구실을 하는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 전략가를 겨냥해 “대통령 배넌을 탄핵하라”는 팻말도 뉴욕과 워싱턴, 볼티모어,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에 등장했다. 극우주의 성향의 배넌 수석 전략가는 반이민 행정명령 입안에 깊숙이 관여했으며, 여전히 트럼프의 원고를 작성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미 언론들은 러시아의 주술사였던 ‘라스푸틴’에 비유하기도 한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