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미국 플로리다주 맬버른 공항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는 여성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여성”이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있다. 맬버른/AFP 연합뉴스
지난 18일 저녁 미국 플로리다주 멜버른 스페이스코스트의 공항 격납고에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 포스 원’이 미끄러 들어가자, 해리슨 포드가 주연한 영화 <에어포스 원>의 주제가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주변 9천여명 군중들 사이에선 환성이 터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가 비행기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가수 리 그린우드의 <하느님이 미국을 축복하소서> 노래가 울려퍼졌다.
군중들 사이에서는 “시엔엔(CNN) 엿 먹어라”, “하수구를 청소하라” 등의 구호가 연호됐다. 트럼프가 전날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8%로 역대 대통령의 임기초 지지율로로는 최악을 기록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자들을 찾아가는 행보를 시작했다.
트럼프는 이날 대통령이라기 보단 선거운동 후보자로서의 언행을 보였다. 지지자들은 모두 트럼프를 비판하는 언론들과 워싱턴 기성 세력들을 격렬히 욕하며, “트럼프만이 미국을 구할 수 있다”고 열광했다. 그들은 “트럼프의 당선 뒤 자신들이 존중받고, 다수가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그러나 취임 한달만에 트럼프가 이전보다 더 심한 공격을 받자, 이렇게 모였다는 것이다.
올랜도에서 자동차매매업을 하는 토니 로페즈(28)는 “그가 언론에 하는 것을 보는 게 즐겁다”며 “언론의 문제는 계속 이야기를 만들어 그를 나쁘게 보이게 하는 것이다. 그에겐 안 통한다. 트럼프는 사람들에게 막바로 말한다”고 말했다. 카메룬에서 온 미국 귀화 시민인 패트리샤 나나(48)는 흑인으로선 드물게 이날 집회에 참가했다. 광부인 그는 트럼프가 이틀 전에 서명한 광산 규제완화 조처로 자신의 일자리가 보존됐다고 생각한다. 트럼프는 석탄 광산의 쓰레기를 인근의 하천에 버리지 못하게 한 규제를 완화했다. 나나는 “그가 당선되지 않았으면, 7만명의 광부들이 실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 정부 보고서를 보면, 그 규제는 실질적으로 광산업 일자리를 없애지도 않고 오히려 환경 분야에서 새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보도했다.
이처럼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와 정책이 미국에서 ’잊혀진’ 사람들의 일자리를 지키고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반대자들은 이미 경쟁력을 잃은 미국내 사양 산업이나 한계 기업들에 나랏돈을 퍼부어, 새롭게 일자리를 만들내야 할 분야의 발전 기회를 갉아먹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날 트럼프는 연설 대부분을 언론을 비난하는데 할애했다. 그는 “그들은 그들 자신의 의제가 있고, 그 의제는 여러분의 의제가 아니다”고 언론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보도한다고 비난했다. “그들은 예비선거에서 우리를 패배시키지 못했다. 그들은 대선에서 우리를 패배시키지 못했다. 우리는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계속 폭로할 것이다. 중요한 건 우리가 계속 승리, 승리, 승리한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우리는 다시 승리할 것이다. 나를 믿어달라”며 연설을 마쳤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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