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플로리다에서 주말을 보내고 워싱턴 백악관으로 돌아오면서 엄지를 들어올리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기존 언론을 ‘가짜 뉴스’라고 욕하면서, 정작 자신이 ‘가짜 뉴스’를 양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백악관에서 열린 교사 및 학부모와의 간담회에서 “어린이 자폐증 환자가 엄청나게 늘어나는 현상을 볼 수 있고, 이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지켜보기 두려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2000년대 이후 자폐증 환자가 급증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심리학자 스티브 실버먼 등 전문가들이 트럼프 발언 이후 미 언론에 밝혔다.
트럼프의 발언은 어린이에 대한 백신 예방 접종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며, 반 백신 운동을 벌이는 쪽에 동조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날 간담회에도 반 백신 운동을 벌이는 한 학부모가 참석했다. 보건 전문가들은 이 주장은 일종의 오도된 음모론으로, 반 백신 운동은 예방접종을 위협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최근 빚어진 ‘스웨덴 테러’ 등 또다른 자신의 허위사실 발언에 대해서도 정정이나 사과는 커녕, 언론 탓을 하는 등 자신의 잘못된 주장을 이어갔다. 스웨덴에서 테러가 일어났다고 시사한 트럼프의 발언으로 인해 스웨덴 정부가 항의하는 등 논란이 빚어진 바 있다. 하지만 그는 20일 트위터에 “그만 좀 해라. 가짜 뉴스 미디어들은 스웨덴의 대규모 이민정책이 아주 아름답게 잘 작동하는 것처럼 말하려 한다.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8일 플로리다주 멜버른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서 난민 수용 정책을 비난하다가 “어젯밤 스웨덴에서 일어난 일을 보라. 그들은 많은 난민들을 받아들였다”라고 말한 것과 관련이 있다. 마치 스웨덴에서 난민으로 인한 테러가 발생한 것처럼 말한 것이다. 하지만 스웨덴에서는 아무런 사고도 없었다. 논란이 커지자, 트럼프는 트위터에 “내 발언은 ‘이민자와 스웨덴'을 주제로 <폭스 뉴스>에서 방송한 기사와 관련된 것”이라고 해명했는데, <폭스 뉴스>에는 이민자 때문에 스웨덴에서 범죄가 늘었다는 한 영화감독의 인터뷰가 있었다.
트럼프의 측근인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도 이달 초 <엠스엔비시>(MSNBC) 방송과의 회견에서 “이라크 난민 2명이 ‘볼링그린 대참사’를 주도했는데, 보도하지 않아 대부분 사람은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켄터키주 볼링그린에서는 이라크 출신자 2명이 테러 단체 연루 혐의로 체포된 사건만 있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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