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외곽의 유니버서티시티에 있는 유대인 공동묘지에서 170여개의 묘비가 훼손된 것이 발견됐다. 대선 출마 이후 반유대주의 언행에 소극적이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건 뒤 반유대주의를 공식적으로 처음 비판했다. 세인트루이스/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취임 이후 점증하는 미국 내 반유대주의에 대해 처음으로 비난했다. 유대인 단체들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워싱턴의 ’미국 흑인 역사 국립박물관’을 방문해 “우리의 유대인 공동체와 유대인 공동체 회관을 겨냥한 반유대주의 위협들은 끔찍하고, 고통스럽다”며 ”증오와 편견, 악을 뿌리뽑아야만 하는 임무를 상기시키는 슬픈 일이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미주리 유니버서티시티의 유대인 공동묘지가 훼손된 것이 발견되고, 최근까지 유대인 회관에 대한 11건의 폭탄 테러 위협에 대한 반응이다. 트럼프가 반유대주의 언행에 대해 공식적으로 비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대인 단체인 ’상호 존중을 위한 안네 프랑크 센터’의 사무국장 스티븐 골드스테인은 “대통령의 갑작스런 반유대주의 인정은 우리의 행정부를 감염시킨 반유대주의라는 암에 대한 일회용 반창고”라며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청원이나 압력이 없어도 반유대주의에 예방적이고 즉각적으로 대응할 때, 우리는 대통령이 입방을 바꿨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대선 출마 이후 지지자들의 반유대주의 언행에 대해 반응을 하지 않던 트럼프의 이날 발언은 최근 몇주 동안 유력한 유대인 단체나 지도자들이 트럼프의 측근들에게 불만을 토로한 것이 배경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특히 트럼프의 큰 사위인 유대인 재러드 쿠슈터에게는 큰 압력이 가해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와 그 행정부는 미국 내의 반유대주의 물결에 대해 여전히 불투명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트럼프가 이 문제를 아무리 애기해도 충분치않다는 것은 역설이다”며 트럼프가 이 문제에 대해 불공정한 대접을 받는다고 불평했다. 그러나 그는 트럼프가 법무부에게 반유대주의 언행을 저지른 사람들을 처벌하라고 요구했냐는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트럼프 역시 최근 기지회견에서 초정통파 유대인 복장을 한 기자의 질문을 듣지도 않고는 반유대주의에 대해 묻느냐고 면박을 주었다. 미국 내 유대인 공동체는 트럼프가 나치 독일이 유대인 등을 학살한 ’국제 홀로코스트 추모일’의 성명에서도 유대인을 희생자로 특정하지 않았다는 불만을 제기해왔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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