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상하원 합동연설이 열린 미 연방의회.
공화·민주당 의원들이 반으로 나뉘어 앉은 의회 좌석은 갈등이 극심해지고 있는 미국 사회 축소판을 보여주는 듯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의 발언 한마디마다 기립 박수를 보내며 환호한 반면, 민주당 의원들 대부분은 자리에 앉아 조용히 연단을 바라보는 등 양쪽의 반응이 명확하게 갈렸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도 불참했던 맥신 워터스(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항의의 뜻으로 이번 합동연설에도 불참했다. 몇몇 민주당 의원은 반이민·난민 행정명령에 항의해 법정 투쟁에 나선 ‘미국시민자유연맹’의 상징인 푸른색 리본을 달고 입장했으며, 니디아 벨라스케스(뉴욕·민주) 하원의원은 뉴욕 공항에 억류됐다 풀려난 이라크 출신 이민자 하미드 다르웨시를 방청석에 초청했다. 또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소속 여성 의원들은 이날 트럼프 연설에 대항하는 의미로 흰색 옷을 입었다.
반면, 트럼프는 연설 도중 자신의 정당성을 뒷받침할 만한 인사들을 소개하며 박수를 유도했다. 불법체류자에 의해 숨진 캘리포니아 경찰의 부인을 소개하며 엄격한 대응을 강조했고, 지난해 숨진 앤터닌 스캘리아 연방 대법관 부인인 모린 스캘리아를 초대해 자신이 후임으로 지명한 닐 고서치 판사의 대법관 인준을 촉구하기도 했다. 예멘 대테러 작전에서 순직한 해군특전단(네이비실)의 라이언 오언스 중사의 부인인 캐린 오언스는 트럼프의 소개와 함께 의원들의 박수를 받자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오언스를 소개할 때는,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도 같이 박수를 쳤다.
28일 미국 의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상하원 합동연설을 했다. 연단을 중심으로 왼편에 앉은 공화당 의원들이 기립 박수를 보내는 반면 오른편에 앉은 민주당 의원들은 자리에 앉아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거칠었던 취임식 연설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트럼프는 66분간 이어진 이번 연설에서 통합과 협치를 강조했다. 미 언론들도 그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리셋 버튼’에 비유하며 “분열적이고 혼란스러웠던 취임 뒤 39일 가운데 가장 통합적인 순간이었다”고 평했다. 그러나 ‘스타일만 달라졌을 뿐, 내용은 똑같다’는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워싱턴 포스트>는 “강경한 공약을 좀 더 온건한 윤기로 재포장하려는 것”이라고 짚었다. <뉴욕 타임스>도 “에덴동산 같은 주장, 소위 ‘트럼프 토피아’는 이전에도 들은 적 있다”며 “어떻게 이행하겠다는 건지, 어떻게 자금을 조달할지는 전혀 설명이 없다”고 비판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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