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코미 미국 연방수사국 국장이 8일 미국 메사추세츠에서 열린 사이버 안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보스턴/EPA 연합뉴스
제임스 코미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8일 “미국에서 절대적인 사생활 같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중앙정보국(CIA)이 개인용 전자기기를 이용해 사생활을 감시한다는 중앙정보국 문서가 폭로되면서 미 정보·수사기관의 사생활 침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미국의 최고 수사기관 책임자가 정보기관에 의한 사생활 침해는 불가피하다는 뜻으로 해석돼 논란을 빚고 있다.
코미 국장은 이날 보스턴에서 열린 한 사이버 안보 회의에서 “우리 모두는 가정, 자동차, 기기에서 사생활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를 하고 있으나, 법원과 정부가 합당한 이유로 법집행을 통해 우리의 사생활 공간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기억조차도 사적일 수 없다”며 “우리 모두는 우리가 본 것을 말하도록 강제받는다”고 말했다.
전날 위키리크스는 중앙정보국이 개인 휴대폰이나 스마트티비 등을 원격 조정해 도청이나 사생활 감시에 이용한다는 해킹 자료를 공개했다. 이에 대해 언급을 회피했던 중앙정보국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에서 개인 전자제품을 이용한 감시 방법들은 법적으로 금지됐다고 밝혔다. 연방수사국과 중앙정보국은 공동으로 이 자료의 유출에 대해 수사를 시작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보도했다.
미 해군 암호해독가였던 맬컴 낸스는 <가디언>을 통해 “자료들은 소프트웨어에서 나온 게 아니라, 보안장치가 없는 컴퓨터 스크린에서 복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하위직급 인사가 저질렀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위키리크스는 버락 오바마가 자신을 도청했다는 도널드 트럼프의 주장이 나온 지 48시간만에 이를 터뜨렸다”며 “이는 러시아의 대선 개입을 수사하는 정보·수사기관들과 싸우는 트럼프에게 시간을 벌어주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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