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4발을 한꺼번에 발사하는 모습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한 사진.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점점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다음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한·중·일 순방을 거치면서 이달 안에 기본 골격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징후가 있을 때 사전에 공격하는 선제타격과, 징후가 없어도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파괴하는 예방타격 등 이른바 군사공격 선택지가 사실상 배제된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8일(현지시각),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최근 3차례 회의를 통해 북한의 미사일과 핵시설 기지에 대한 공격이 한반도에 전쟁을 촉발할 수도 있다는 예측가능한 결론에 이미 도달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도 이날 “미 당국자들은 선제적 군사행동이 한반도 전쟁을 점화시킬 수 있고, 한국과 일본에 대규모 사상자를 낼 수 있어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한 당국자는 이 통신에 군사적 선택지만을 부각하는 언론보도들은 과장된 것이라며, “현장에서 나오는 사실에 기초해 모든 선택지를 수정하고 보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당국자는 “북한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하면 군사적 행동들이 다시 주목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도를 종합하면, ‘선제 타격론’ 등 공격 옵션은 배제하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를 포함해 한국과 일본에 첨단 미사일방어 시스템을 배치하는 것은 양보하지 않으며, 동시에 북한에 대한 경제적·외교적 압박을 증가시키는 방안에 대해선 미 행정부 내부에서 의견일치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 무엇보다, 중국을 압박해 북한의 핵포기를 이끌어 내도록 하는 방안이 미 행정부 안에서 검토되고 있지만, 어느 정도 강도로 중국을 압박할 것인지에 대해선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사드 알박기’가 중국의 거센 반발을 야기시켜, 대북 제재에 중국의 협조를 얻을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6일 워싱턴의 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다음주 한국·중국·일본을 순방하며 대북 정책을 조유할 계획이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북한의 정권교체와 관련해선 미 당국자는 <로이터> 통신에 “트럼프 행정부는 이전 정부보다 더 (일반적으로) 정권교체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위에서 내려온 지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 행정부는 정권교체처럼 판을 완전히 바꾸려고 하는 게 아니라 협상할 수 있는 카드에 기반한 선택지들을 찾아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하는 협상도 숙고하고 있지만, 자칫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계속 묵인하기보단, 현 수준에서라도 동결하는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사이버 공격, 북한 지도부를 약화시키기 위한 은밀한 조처 등도 모색할 수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작업은 이달 안에 끝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가안보 관련 주요 보직에 대한 인선이 늦어지고 있어 최종 확정은 이보다 늦어질 수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