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17일 펜실베이니아주 새크랜턴에서 아일랜드계 여성단체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환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고 있다. 클린턴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정치적 분열에 맞선 미국인의 단합’을 강조하며 “이제 나는 숲에서 나올 준비가 돼 있다”고말했다. 새크랜턴/AP 연합뉴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패한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후보가 18일 “숲에서 나올 준비가 됐다”고 말해, 정치 활동 재개를 시사했다.
클린턴은 이날 아일랜드계 주민들의 축제인 성패트릭데이를 맞아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의 힐튼호텔에서 아일랜드여성협회 주최로 열린 모임에 참석해 “나는 지금 여기의 내 친구들과 같다. 고백하건대, 뉴스를 보면서 힘든 시간을 갖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오늘 같은 만찬 식탁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빛을 발하는 데 도움을 줄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사회적 움직임에 동참해 힘을 보태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클린턴은 대선 패배 이후 공식석상에서 여러차례 연설을 하기는 했으나, 인사말 차원을 넘어 20여분간 모임의 주빈 연설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뉴욕 타임스>는 클린턴의 이런 말이 대선 이후 정계로부터 거리를 둔 행보를 접겠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주최 쪽 회장인 메리 클레어 킹즐리도 “클린턴이 그 자리에서 여성에게 자극을 줄 사람은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말해, 이날 클린턴을 초청한 이유가 여성 유권자에 대한 그의 영향력을 다시 발휘할 것을 주문한 것임을 시사했다.
클린턴이 이날 연설한 스크랜턴은 지난 대선에서 그의 패배를 부른 최대 격전지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의 산업쇠락지대(러스트 벨트)다. 클린턴은 이날 모임에서 자신의 할아버지가 영국(웨일스)으로부터 이민와 스크랜턴에 정착해 소년 시절부터 노동을 했고, 자신도 청소년 시절 스크랜턴에서 여름방학을 보낸 인연을 밝히다가, 연설 말미에 적극적 행보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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