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강경파 배넌·프리버스…
반이민·반자유무역 노선 주도
최근까지 대결에선 일단 우세
뉴욕 재계 출신 온건파 콘·파월…
이방카·쿠슈너와 노선 같이하며
정책·행사 보폭 넓혀 세력 확대중
반이민·반자유무역 노선 주도
최근까지 대결에선 일단 우세
뉴욕 재계 출신 온건파 콘·파월…
이방카·쿠슈너와 노선 같이하며
정책·행사 보폭 넓혀 세력 확대중
“백악관 안에서 그들은 경쟁자들에 의해 (야당인) ‘민주당원’으로 취급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안에서 스티븐 배넌을 주축으로 한 보수포퓰리즘 세력이 뉴욕 재계 출신의 인사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17일 현재 백악관 내에서 보수포퓰리즘 세력과 뉴욕 재계 출신의 온건파 사이에 치열한 내부 암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백악관 내 권력 지형도의 한 축은 골드만삭스 출신의 게리 콘(57) 수석경제보좌관과 디나 파월(44) 경제선임고문 및 전략담당 부안보보좌관으로, 이들은 트럼프의 딸과 사위인 이방카와 재러드 쿠슈너 선임고문과 노선을 같이한다. 이들 모두 뉴욕 맨해튼의 비즈니스맨 출신으로 온건하고, 개방적이며, 국제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백악관의 다른 축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국수주의적 이데올로기를 주도하는 스티븐 배넌(64) 수석전략가, 그리고 그와 동맹을 맺은 공화당 강경보수파인 라인스 프리버스(45) 비서실장이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밀어붙이는 반이민, 반자유무역 노선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까지 대결에선 일단 배넌 쪽 우세다. 지난 15일 트럼프 대통령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브로드웨이 연극 관람과 자신의 지지층이 모이는 테네시주의 내슈빌 집회 참석을 놓고 저울질하다, 내슈빌 집회 참석을 택한 것이 대표적이다. 브로드웨이 연극은 이방카 등 뉴욕파들이, 내슈빌 집회는 배넌 등 보수파들이 주도한 것이다.
배넌을 필두로 한 프리버스, 스티븐 밀러(32) 선임정책보좌관 등 보수포퓰리즘파는 최근까지 자신들의 의제를 트럼프를 통해 거의 관철하고 있다는 평이다. 환경청을 무력화하고, 과학·예술 분야 지원을 삭감한 예산안, 여성의 임신중절에 대한 지원을 끊은 새로운 건강보험법안, 멕시코 장벽 설치 구체화 등은 이들의 영향력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뉴욕 재계 출신 온건파들이 조금씩 세력을 키우고 있다는 징후는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이들은 트럼프의 딸 이방카, 사위 쿠슈너와 이념과 이해를 같이하며, 백악관의 각종 정책과 행사에서 보폭을 늘리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주 이집트계 출신인 파월에게 전략 담당 부안보보좌관직을 겸직하는 인사발령을 냈다. 파월은 트럼프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정상회담에서 프리버스 비서실장과 나란히 동석하는 파격적인 의전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또 내각에 포진한 재계 출신 인사들인 윌버 로스 상무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과도 밀접한 관계다. 쿠슈너는 제너럴모터스(GM) 최고재무책임자 출신의 크리스 리들 백악관 전략국장 등을 자신이 충원하며, 재계 출신 온건파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또 트럼프 본인이 기본적으로 뉴욕 재계 출신으로, 쿠슈너를 필두로 한 이들 뉴욕 인사와 정서적 공감대가 더 크다는 것이다. 현재는 정부 출범 초라 트럼프가 대선 과정에서 지지층에 약속했던 보수이념적 공약을 먼저 앞세우고 있을 뿐, 시간이 지나면 뉴욕 재계 출신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프리버스 비서실장이 최근 뉴욕 출신 온건파들이 자신을 거치지 않고 막바로 트럼프 대통령과 직거래하는 것에 극도의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고 전해지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대변한다. 프리버스는 결국 트럼프와의 면담과 관련해, 장관들과 다른 백악관 관리들에게 일정 부분 자신의 권한을 위임해 백악관 내부 권력지형이 계속 변화중임을 드러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테네시주 내쉬빌에서 지지층을 상대로 연설하다 법원의 반이민 행정명령 제동 결정에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맏딸 이방카(가운데 왼쪽)가 15일 뉴욕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공연장 제럴드 쇤필드 극장에서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운데 오른쪽)가 지켜보는 가운데 관객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방카는 뉴욕을 방문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초청으로 이날 최근 브로드웨이에 데뷔한 신작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Come From Away)를 감상했는데 이 작품의 주제는 마음을 열고 외국인을 환대하는 소도시의 ‘관용’이다. 뉴욕/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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