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남쪽 정원을 지나가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행정부 내각에 백악관 직속의 자문위원을 심어두고, 이들에게 각 부처의 정책 이행뿐 아니라 자신에 대한 충성심까지 감시하고 보고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백악관 자문위원의 내각 파견은 전례도 없을뿐더러, 이들 위원들의 전문성도 결여돼 있어 각 부처의 독립성을 해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의 비영리 온라인 탐사보도 전문매체인 <프로퍼블리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자료를 보면, 에너지부, 보건부 등의 주요 부처에 최소 16명의 백악관 자문위원이 파견돼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9일 보도했다. 이들은 백악관과 부처간 정책 조율뿐 아니라, 내각의 개별 정책이 백악관 의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장관의 충성도를 감시하는 등 부처 내부 동향을 보고하는 역할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문위원들은 해당 부처 장관이 아닌 릭 디어본 백악관 부비서실장에게 직접 관련 내용을 보고하며, 디어본의 보좌관인 존 매시번은 매주 한 번 자문위원들과 전화회의를 열고 부처 동향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도 백악관의 정책을 이행할 내각을 통제하려 했지만, 이처럼 ‘자문위원’ 직책까지 따로 구성해 내각의 충성심을 감시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법무부·국방부에 백악관 출신 고문을 두는 것을 고려했으나, 해당 부처 장관들이 독립성을 침해받는다는 이유로 강하게 거절해 결국 두지 않았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에너지장관 비서실장을 지낸 케빈 노블록은 “대통령과 내각 사이에 의견 충돌이 있어야만 건강한 조직”이라고 지적하며, “건강한 조직은 내각이 독립적인 팀을 꾸릴 수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했다.
실제로 트럼프가 심어둔 자문위원들이 부처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있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환경보호청에 파견된 자문위원은 스콧 프루이트 청장의 결정에 사사건건 개입하다, 결국 청장 취임 4주만에 직원 회의에서 발언권을 제한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직원들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을 감시하는 자문위원을 향해 ‘과거 소련이 지휘관들의 정치 성향을 감시하기 위해 군에 파견한 정치위원’을 일컫는 ‘코미사르’라는 별칭으로 부르고 있다.
자문위원 대다수는 로비스트, 기업가, 보수단체 활동가 출신으로, 관련 공직 경험이 없는 비전문가로 채워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교통부의 앤서니 퍼글리스 백악관 자문위원은 교통부 직원회의나 태스크포스팀 구성까지 관여하고 있지만, 관련 부처 경험이 전혀 없는 부동산 로비스트 출신이다. 국토안보부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프랭크 우코는 과거 ‘이슬람이 극단주의 테러리즘의 뿌리’라고 주장했던 극우 인사 출신으로, 공직을 맡기에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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