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판매·북한 국외노동자 고용·어업권 획득 금지 등 신규로
’의무 조항’ 아닌 행정부 재량에 맡긴 조항들
대부분 중국 기업 겨냥…중 반발 고려하면 이행 쉽지는 않아
’의무 조항’ 아닌 행정부 재량에 맡긴 조항들
대부분 중국 기업 겨냥…중 반발 고려하면 이행 쉽지는 않아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기존의 대북제재법을 더욱 강화한 법안을 21일(현지시각) 초당적으로 발의했다. 행정부의 재량에 맡긴 신규 조항들이 많지만, 미 의회의 대북 강경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화당 소속의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과 민주당 간사인 엘리엇 엥겔 의원 등이 이날 초당적으로 발의한 ‘대북 차단 및 제재 현대화법’을 보면, 지난해 초 북한의 제4차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초당적으로 통과시킨 대북제재법을 수정하는 식으로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새롭게 보강된 내용을 보면, 행정부의 재량에 따라 인도적 목적을 제외하고 다른 국가들이 북한에 대한 원유 및 석유제품의 판매와 이전을 금지하는 한편, 북한 노동자 고용을 금지할 수 있도록 했다.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해외 기업에 대해선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고 미국 관할권내 자산거래를 금지할 수 있도록 했다. 북한의 식품·농산품·어업권·직물의 구매나 획득, 북한에 대한 전화·전신·통신 서비스의 제공 등도 제재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행정부에 재량권을 부여했다.
이런 조처들은 행정부가 꼭 이행해야 하는 의무조항들은 아니지만, 행정부에 대북 제재를 강화하라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원유 공급과 어업권, 직물 구매 등 대부분의 신규 조항들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을 겨냥한 조처들이다. 하지만, 미국 국내법으로 북한과 정상적 상거래를 하는 중국 기업을 제재할 경우 중국의 반발이 거세질 수 있어, 미 행정부가 쉽게 쓸 수 있는 카드는 아니다.
법안은 또한 △북한의 국제금융망 차단 불이행자 목록 △북한 송출 노동자 고용 외국인 및 외국기관 목록 △북한-이란간 협력 내용 등 의회에 대한 행정부의 보고서 제출 범위를 확대해, 의회의 대북 제재 이행에 대한 감독·감시 기능을 강화했다. 법안은 이와 함께 ‘김정남 암살사건’을 거론하며 미 정부의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촉구하고, 법안 통과 뒤 90일 이내에 재지정 여부를 의회에 보고토록 했다.
미 의회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과 러시아의 유착 의혹, ‘트럼프 케어’(건강보험) 처리 등 국내 문제로 발이 묶여 있어 법안 처리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다만, 북한이 긴장고조 행위를 하면 최우선 순위로 통과될 수도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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