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트럼프 케어’…흔들리는 트럼프

“부결되면 다른 정책에 매진할 것“…막판 총력전
공화당에서 이탈표 21표 이상일 경우 부결돼
트럼프케어 찬성 17%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 나오기도

23일 미국 워싱턴에 자리한 트럼프호텔 인근 도로에서 트럼프케어 입법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저항’이라고 쓰인 펼침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케어’(미국보건법) 표결을 앞두고 있는 미 하원에 최후 통첩을 날렸다. ‘트럼프케어를 통과시키지 않으면,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를 그대로 유지한 채 다른 정책에 매진하겠다’는 게 주 내용이다. 트럼프케어를 반대하는 일부 공화당 의원들을 압박하며 막판 총력전을 펼치는 모양새지만, 여전히 상당수 의원들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표결 결과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밤 하원에서 열린 비공개 공화당 회의에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을 보내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 하원에서 표결이 부결될 경우 (오바마케어 폐지, 교체가 아닌) 다른 의제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미국 <시엔엔>(CNN) 방송등 외신이 전했다. 하원 표결을 앞두고 여전히 내홍을 겪고 있는 공화당을 직접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원래 법안 표결은 이날 오후 예정되어 있었지만, 공화당 일부 의원들이 “반대 의원들을 아직 설득하지 못했다”고 나서자 급하게 하루 뒤인 24일로 미뤄졌다.

표결 연기는 당내 강경 보수파 의원 30여명의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들의 반대가 결정적이었다. 그간 일부 온건파 의원들은 트럼프케어가 보조금 혜택을 축소해 무보험자를 양산할 위험성이 높다며 반대한 반면, 강경 보수파 의원들은 “오바마케어에서 크게 달라진게 없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해왔다. 트럼프는 지난 21일에도 직접 의회를 찾아 “오바마케어를 폐기하지 못하면, 2018년 중간 선거에서 의석을 잃을 수 있다”며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공화당은 전체 하원 의석인 435석 가운데 절반을 넘는 237석을 확보하고 있는데, 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반대한다고 가정할 경우 공화당 내부에서 21표의 이탈표만 나와도 법안은 부결된다. 지금까지 확실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한 공화당 의원은 <시엔엔>의 집계 결과 26명, <워싱턴 포스트> 집계 결과 3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 포스트>는 “비공개 회의 이후 몇몇 의원들은 찬성 의견으로 돌아섰지만, 반대 의사를 바꾸지 않거나, 아직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의원들도 있다”며 “만약 부결될 경우 오바마케어 폐지·교체를 제1호 정책 과제로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가 정권 초기부터 타격을 받게 된다”고 내다봤다.

한편, 미국 퀴니피액 대학이 미국 성인 10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케어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17%에 불과한 반면, ‘반대한다’는 답변은 56%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오바마케어 법률 서명 7주년인 이날 공식 성명을 내고 “미국인에게 더 좋은 건강보험을 만드는 것이 변화의 출발이 되어야 한다”며 트럼프케어 입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황금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