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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트럼프케어로 쪼개지는 트럼프 지지기반

등록 2017-03-26 17:31수정 2017-03-26 21:33

공화당은 극우보수, 기성주류, 온건보수로 분열
백악관은 대안우익 백인국수주의와 뉴욕 재계 온건파로
17%에 불과한 트럼프케어 지지, 지지층도 이반
24일 미국 하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이날로 예정된 미국보건법 하원 표결을 철회하겠다고 밝히며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24일 미국 하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이날로 예정된 미국보건법 하원 표결을 철회하겠다고 밝히며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놀라운 점은 여론조사에서 17%밖에 ‘미국건강보험법’(트럼프케어)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17%나 지지했다는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24일(현지시각)로 예정됐던 미국 하원 표결이 철회된 ‘트럼프케어’의 실패를 이렇게 비꼬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케어를 졸속으로 추진한 근본 이유는 이를 도입함으로써 향후 10년간 삭감되는 취약층 공공의료보험(메디케이드) 예산 8390억달러와 오바마케어 보조금 3천억달러를 자신이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1조달러 세금 감면용 재원으로 돌리려다가 발생한 재앙이라고 분석했다. 빈곤층과 노년층의 의료·복지 혜택을 박탈해, 부자들의 세금을 감면해주려 했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본질과 그 지지세력들의 충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트럼프케어가 불발된 가장 큰 이유는 공화당 하원 내 극우 보수세력인 ‘프리덤 코커스’들의 반발 때문이었다. 이들은 트럼프케어가 ‘여전히 개인의 선택권을 제한하는데다 정부 돈을 낭비하는 제2의 오바마케어에 불과하다’고 반대했다. 트럼프가 23일 직접 나서 오찬을 하며 이들을 달래려 했지만 실패했고, 이는 오히려 공화당 내 온건보수 세력의 반발을 더 키웠다.

로드니 프릴링하이즌 등 20여명의 공화당 온건보수파 의원들은 트럼프케어가 취약층의 혜택을 박탈하고 무보험자를 양산시킬 것이라며 반대했다. 하원 세출위원장을 맡은 프릴링하이즌 의원은 “불행하게도 오늘 하원에 온 입법안은 나의 지역구민들을 보살피는 데 새로운 비용과 장애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케어가 공화당 내 극우와 온건 보수 양쪽에서 반대에 부딪힌 것은 새삼스러운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트럼프가 ‘트럼프케어냐 오바마케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치킨게임까지 벌였는데도 양쪽 모두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 것은 공화당 내 균열이 봉합조차 힘든 수준으로 악화됐음을 보여줬다.

트럼프는 세금 삭감과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공화당 기성 주류와 손잡고, 트럼프케어를 밀어붙였다. 이번 표결 실패로 라이언 하원의장이 공화당을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책임론이 불거지며, 트럼프와 공화당 기성 주류와의 관계는 다시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의회뿐 아니라 백악관 내부도 사분오열됐다. 백악관 권력의 한 축인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선임고문은 트럼프케어를 반대하다 아예 콜로라도로 스키 휴가를 떠나버렸다. 공화당 기성 주류 출신인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이 라이언 하원의장과 협력하며 트럼프케어를 추진했다. 백악관 내에서는 프리버스가 이번 표결 실패의 책임자로 몰리며, 입지가 위축되고 있다. 쿠슈너는 ‘승자’로 꼽히기도 하지만, 그가 대표하는 뉴욕 재계 출신의 게리 콘 수석경제보좌관도 트럼프케어 추진의 핵심 인물이어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극우 성향의 대안우익을 대표하는 스티븐 배넌 수석전략고문은 표결 강행을 주장했다. 누가 부결표를 던졌는지 가려서 책임을 따지자는 주장이다. 배넌 등 백악관 내 대안우익들은 이번 사태로 더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케어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17%에 불과한 것은 트럼프를 지지한 유권자층도 이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를 당선시킨 동력은 산업쇠락지대(러스트벨트)의 중하층 백인 유권자다. 트럼프는 이들을 상대로 공공은퇴연금(소셜 시큐리티)과 공공의료보험(메디케이드·메디케어)은 삭감하지 않고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으론 ‘모든 미국민들에게 더 싸고 혜택 많고 선택권이 많은 의료보험’을 약속하며,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트럼프케어는 빈곤층과 노년층을 희생하면서 소득이 있는 젊은층에만 유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태로 공화당은 극우보수, 기성 주류, 온건보수의 균열이 더욱 커졌고, 백악관 내부에선 뉴욕 재계 출신 온건파와 대안우익의 극우 백인국수주의 세력의 갈등이 더욱 심해졌다. 무엇보다도 트럼프 당선의 핵심 동력인 백인 중하류층은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트럼프 정권의 본질을 깨달아 가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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