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오른쪽)가 지난 1월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트럼프가 재계 인사들을 만나 얘기하는 것을 뒤에 앉아 지켜보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러시아 스캔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로까지 번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백악관 선임고문인 재러드 쿠슈너는 러시아의 지난해 미국 대선 개입 사건을 조사 중인 상원 정보위에 출석해 증언하기로 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소식통들을 인용해 27일 보도했다.
쿠슈너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정권 인수 기간 중인 지난해 12월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 국영 은행 브네셰코놈방크(VEB)의 회장 세르게이 고리코프를 만났다고 한 고위 관리가 밝혔다. 이 만남은 쿠슈너를 만난 세르게이 키슬랴크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와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요청해 이뤄졌다. 플린은 선거 기간 중에 민간인 신분으로 키슬랴크 대사와 만나 외교 사안을 논의한 것이 드러나, 지난 2월 안보보좌관을 사퇴하는 등 러시아 스캔들의 핵심 인물이다.
미국 재무부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관련해 러시아를 제재하면서 브네셰코놈방크와의 금전적 접촉을 금지했다. 쿠슈너는 이 은행이 미국의 제재 대상인 줄을 몰랐고, 그 만남에서 사업을 논의하지도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쿠슈너는 키슬랴크 대사의 추전으로 고리코프를 만나서, 은행 쪽이 설명하는 사안들을 논의했을 것이라고 한 관리는 전했다. 브네셰코놈방크 쪽은 고리코프 회장과 쿠슈너의 만남은 은행 경영진들이 미국의 주요 은행과 재계 인사를 만나는 2021년 전략 로드쇼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리처드 버 상원 정보위원장은 쿠슈너가 “우리의 조사에서 제기된 핵심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쿠슈너의 증언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쿠슈너와 고리코프의 만남은 정권 인수기간 중 “외국 정부 관리들과의 주요 접촉 창구”였던 쿠슈너의 역할의 일부라며, 쿠슈너가 자발적으로 증언에 나선다고 밝혔다.
소치 동계올림픽 등 러시아의 주요 정부 행사의 금융을 담당한 브네셰코놈방크는 지난해 미국에서 스파이 사건과도 연루됐다. 이 은행 뉴욕사무소의 부소장 예브게니 부랴코프는 지난해 3월 미 법무부에 신고하지 않은 채 러시아 정보기관을 위해 활동한 혐의로 30개월의 징역을 선고받았다. 쿠슈너와 만난 고리코프 회장도 러시아 정보기관 관리를 양성하는 러시아연방안보아카데미 출신이다.
스티븐 배넌 수석전략고문과 함께 백악관 권력의 두 축인 쿠슈너는 26일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백악관에 신설된 ‘미국혁신국’의 수장으로 임명됐다. 이 조직은 재계의 경영혁신 사례를 가지고, 연방 관료제도를 개혁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쿠슈너는 트럼프가 의도하는 ‘개혁’의 밑그림을 그리고 그 방해물을 제거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게 됐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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