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선박 프로펠러에 긁힌 자국. 프로펠러에 긁히면 위 사진처럼 주름처럼 패이게 된다. 고래와 돌고래 보전 제공
바다 속을 헤엄쳐다니는 고래는 얼마나 자주 선박에 부딪힐까.
고래 10마리 중 1마리는 선박과 충돌하는 ‘교통사고' 경험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계적인 고래보호단체 ‘고래와 돌고래 보전'(WDC) 소속 과학자인 알렉스 힐 등 공동연구팀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혹등고래 624마리의 사진을 분석해 <해양포유류과학> 최신호에 실은 분석 결과다. 선박과 고래 충돌은 항해사들로부터 자주 보고되어왔으나, 고래의 상처를 관찰해 얼마나 자주 충돌하는지 통계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렉스 힐 박사 연구팀은 미국 동부 메인 만으로 회유하는 혹등고래 624마리의 사진 21만733장을 분석했다. 메인 만은 세계 최대 야생고래 관광지 중 하나인 스텔와겐뱅크 등에서 고래관광이 이뤄지고, 미 동부 산업도시로 상업용 선박의 왕래가 활발한 곳이다.
연구팀은 고래가 찍힌 사진에서 날카롭게 긁힌 외상을 찾아내 평가했다. 분석 결과, 총 624마리 중 92마리(14.7%)의 고래가 적어도 한 척 이상의 선박과 충돌한 것으로 나타났다. 1번 부딪힌 고래는 46마리, 2번 부딪힌 고래는 37마리였고, 3번, 4번 부딪힌 고래도 각각 7마리, 2마리나 되었다.
선박에 충돌한 미국 메인만 혹등고래들의 다양한 상처들. 알렉스 힐 제공
뭉툭한 상처를 가진 고래도 있었지만 선박 충돌로 일어난 것인지 아닌지 정확히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이번 수치에서는 제외시켰다.
알렉스 힐 박사는 “뭉툭한 상처를 가진 고래나 선박과 충돌해 이미 죽은 고래의 수를 포함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분석은 최소한의 수치로 보면 된다”며 “실제로 선박과 충돌한 고래의 비율은 이보다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고래관광 선박이 고래에서 최소 거리를 유지할 것을 권고하는 ‘고래관광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지만, 선박 충돌을 줄이기 위한 특별한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국내에서는 부산~일본 항로에서 종종 고래 충돌 소식이 보고되고 있지만, 선박 안전 차원에서만 접근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1월에는 부산에서 후쿠오카로 가던 비틀호가 부산 오륙도 남동쪽 8마일 지점에서 돌고래로 추정되는 물체에 부딪혀 선수 부분이 파손된 바 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