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장관 출신 인사들이 최근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신중하고 냉정한 대북 대응을 잇따라 주문하고 나섰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으로 재직하던 1994년 북한 영변 핵시설 타격 검토에 깊숙이 관여했던 윌리엄 페리는 14일치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번 (미군의) 시리아 작전은 군사적 측면에서 미군에 상대적으로 희생이 없는 편”이었다며 “대북 타격은 이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페리 전 장관은 “(미국의 타격 시) 북한이 군사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상당한 확신이 있다”며 “북한이 위협해 온 핵무기로는 아니고 재래식 무기이겠지만 한국을 공격할 경우 상당히 파괴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를 근거로 미국이 대북 타격을 할 경우 “책(타격 시나리오)의 1장은 ‘해피 스토리’가 될 수 있다”며 “그러나 2막은 아주 우려할 만한 쪽으로 전개될 수 있으며, 3장은 재앙적 수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 북한을 선제 타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아직은 건설적이고 창조적인 외교의 공간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리언 파네타도 14일 <엠에스엔비시>(MSNBC) 방송에 나와 트럼프 행정부의 강한 대북 레토릭(말치장)이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네타 전 장관은 “북한이 오랫동안 화약고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지금은 수백만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핵전쟁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지금 우리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역사에서 어떤 대통령도 북한에 대해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던 이유가 있다. 서울(과 주변 수도권)에만 2천만명이 살고 있다. 이들이 목표가 될 수 있다”며 “미 정부에서 나오는 말들이 현재 진행 중인 도발적인 상황들의 부피를 더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대북 발언과 일부 언론의 선제 타격 가능성 불지피기에 대한 비판이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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