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업계 로비스트가 백악관 에너지 고문
기업 임원이나 의뢰인 출신이 300명 이상
기업 임원이나 의뢰인 출신이 300명 이상
최근에 백악관 에너지 고문으로 임명된 마이클 카탄자로는 지난해까지 오클라호마의 석유가스 회사인 데본에너지와 석탄연료 전기기기 회사인 펜실베이니아의 탤런에너지의 로비스트로 일했다. 그는 이 회사들을 위해서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의 ‘클린 파워 플랜’ 등의 환경 규제를 없애려고 로비하다가 이제는 이를 담당하는 공직을 맡았다.
채드 울프는 최근 몇년 동안 수억달러 상당의 새로운 수하물 검사장비를 교통보안청이 구매하는 것과 관련한 로비스트로 일했다. 그런 그가 최근 교통보안청장으로 임명됐다. 현재 교통보안청은 울프가 구매 로비를 한 장비를 검사해 구매하기에 적합한지를 평가하고 있다.
월가 및 대기업 인사로 각료직을 채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백악관과 정부의 실무 요직들을 관련 업계의 로비스트, 변호사, 컨설턴트들로 채워 이익충돌 우려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와 공익탐사보도매체인 <프로퍼블리카>가 공동으로 16일 보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로비스트는 자신이 로비 대상으로 삼았던 정부기관에 2년이 지나지 않으면 취업할 수 없다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의 윤리법 조항을 철폐했다. 이에 더해 백악관은 14일 로비스트나 기업 간부 등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려는 인사들의 백악관 출입기록 공개를 중단하고 비밀로 취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의 분석 결과, 트럼프 행정부의 백악관에는 최근까지 기업 임원이나 의뢰인으로 일한 관리들이 300명 이상이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중에는 애플, 거대 헤지펀드인 시타델, 대형 보험회사 앤섬 출신 인사들도 포함됐다. 백악관과 연방정부에는 로비스트 출신이 40명 이상이다. 백악관은 현재까지 180명의 고위 정무직 인사 중 절반만 신원을 밝힌 상태다.
트럼프가 임명한 정무직 인사들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비해 훨씬 부유한 데다 복잡한 금융 자산을 갖고 있고 사기업과 관계를 맺고 있다. 이는 그들이 공직 기용 전에 맺은 기업과의 관계 및 투자와 현재 직위 사이에 이익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월터 쇼브 정부윤리청장은 트럼프 행정부 들어 급증한 관련 업계 인사들의 공직 기용과 관련해 “투명성도 없고, 얼마나 많은 관련 윤리조항 적용 면제가 이뤄졌는지도 알 수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정부윤리청과 백악관 법률고문실은 이 문제로 갈등이 벌어지자, 석탄이나 통신 등 특정 업계에 영향을 주는 연방 규제의 승인이나 저지를 위해 일했던 로비스트들은 기용을 기피하자는 합의를 했다.
하지만 백악관 에너지 고문 카탄자로, 교통보안청장 울프 외에도 최근 노동부의 특별보좌관으로 임명된 제프리 버 등은 이같은 합의에도 명백히 위배되는 사례다. 제프리 버는 건설업계 로비스트로 일하며 연장수당 규제 완화 등을 위해 로비했다.
사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한 언론들의 질의에 구체적 답변을 피한 채 “백악관은 윤리규정과 연방정부의 이익충돌 관련법을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백악관은 모든 직원들에게 관련 법이 요구하는 것들은 적극적으로 준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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