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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지구의 날’ 맞아 ‘과학을 위한 행진’

등록 2017-04-23 17:15수정 2017-04-23 20:35

트럼프의 반환경·반과학 정책 비판
‘지구의 날’을 맞은 2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벌어진 ‘과학을 위한 행진’(March for Science)에 참가한 과학자 등이 팻말과 대형 펼침막을 들고 환경보호청 건물을 앞을 지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지구의 날’을 맞은 2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벌어진 ‘과학을 위한 행진’(March for Science)에 참가한 과학자 등이 팻말과 대형 펼침막을 들고 환경보호청 건물을 앞을 지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지구의 날’을 맞은 2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과 로스앤젤레스, 영국 런던 등 세계 600여곳에서 ‘과학을 위한 행진’(March for Science)이 벌어졌다. 이날 행진에는 수만명의 과학자들이 참가해, 과학에 대한 정치의 간섭을 막고 과학계를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기후변화 현실 등을 부인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과학정책을 우려하는 과학자들이 이례적으로 거리로 나선 것이다. 미국 워싱턴에서는 이날 비가 내리는 가운데 많은 과학자들과 지지자들이 행진을 하며 “환경보호청(EPA)을 구하자” “국립보건원(NIH)을 구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예산 제안서에서 환경보호청의 예산을 31%나 깎고, 인력도 25%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립보건원의 예산도 18%나 삭감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기후변화는 “속임수”라는 반환경적 주장이나, ‘백신 예방접종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등 반백신 진영의 주장을 옮기며 관련 과학연구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과학계는 트럼프의 이런 발언이 일반 대중으로 하여금 과학적 증거에 기반한 사실조차 의심하게끔 만든다고 우려해 왔다.

이번 과학을 위한 행진은 47번째 지구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였지만, 트럼프의 반환경·반과학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됐다. <뉴욕 타임스>는 정치와는 거리를 두려는 전통이 있었던 과학계가 대중들의 지지를 호소하며 거리로 나선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했다. 워싱턴에서 열린 행진에 참가한 캘리포니아 과학아카데미의 조너선 폴리 박사는 <비비시>(BBC) 방송에 “과학 연구에 대한 정치인들의 공격이 억압에 가까운 수준이며 비이성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정치인들)은 우리의 건강과 안전, 환경을 보호하는 과학을 특정해 표적으로 삼고 있다. 과학은 우리들 중 가장 취약한 이들을 보호한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과 오스트리아 빈 등에서도 과학을 위한 행진이 벌어졌다. 런던에서는 과학자들이 과학박물관에서 의회광장으로 행진을 하며, 과학연구를 폄훼하는 정치인들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번 행진을 앞두고 <네이처>, <사이언스> 등 과학 저널들도 이례적으로 행진 참여를 독려하는 글을 잇따라 싣기도 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도 800여명의 과학 연구자와 시민들이 모여 과학 연구 환경과 과학 정책을 토론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지구의 날을 맞아 낸 성명에서 과학은 경제성장과 환경보호에 매우 중요하다면서 “나의 행정부는 우리의 환경과 환경 위험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과학 연구를 진전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상철, 오철우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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