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나프타 탈퇴 안한다…신속 재협상”

캐나다·멕시코 두 정상과 통화
발표 직전까지 ‘탈퇴 명령 준비’ 보도
국제 금융시장 한때 요동
나프타 기본골격은 유지할 듯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국들 국기. 출처:미국 무역대표부 누리집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탈퇴를 공언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협상을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쥐스텡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엔리케 페나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나프타를 종료시키지 않고 재협상 과정을 신속히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백악관이 발표한 성명을 통해 “나는 그 궁극적인 결과가 3개국 모두를 더 강하고 좋게 만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두 나라 정상들과의 통화 내용을 발표하기 1시간 전에 행정부 고위 관리들은 트럼프가 나프타에서 미국이 철수하는 과정을 시작할 행정명령에 서명할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는 지난주까지 “나프타는 미국에게 아주 아주 나쁘다”며 “우리 기업들과 노동자들에게 아주 아주 나쁘고, 우리는 아주 크게 바꾸거나, 나프타에서 영원히 탈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프타 탈퇴나 재협상을 천명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캐나다와 멕시코 양국은 재협상할 준비가 됐다고 거듭 밝혀왔다. 알렉스 로런스 캐나다 외무부 대변인은 “언제라도 협상테이블에 갈 준비가 됐다”고 이날 <로이터> 통신에 밝혔다.

1990년대 초반에 체결된 나프타는 그동안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해 기술적인 개정 필요성도 제기돼 왔다. 특히 체결 당시에는 인터넷 등 디지털경제의 부상을 예견하지 못했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역시 나프타 체결국들을 포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의 일환으로 나프타 개정을 추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의회에 회람한 서한을 통해 재협상의 우선순위를 밝힌 바 있다. 여기에서 나프타 위배에 대한 징벌 강화 등을 제안하면서도 협정의 기본 골격은 바꾸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나프타는 트럼프에 의해 무역적자의 원흉으로 몰렸으나, 미국-중국 교역에 비해 미국-캐나다-멕시코 교역은 균형을 이뤄 왔다 .

미국 상무부 자료를 보면, 미국은 2015년부터 2016년 3분기까지 캐나다와 무역에서 흑자를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미국은 한 달에 약 10억달러의 흑자를 봤다. 멕시코와는 한 달에 약 40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으나, 이는 중국과의 280억달러 적자에 비하면 일부에 불과하다. 또 멕시코와의 교역에서 보는 무역적자는 대부분 자동차산업 등 미국 제조업체들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해 발생한 것이다. 미국 제조업체들로서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미국 소비자들은 싼값의 물건을 얻는 구조다. 멕시코와의 자유무역협정을 파기하면, 미국 소비자들에게 픽업트럭 가격은 3천달러 정도가 오를 것이라고 워싱턴의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가 분석했다.

트럼프가 나프타 철수를 위한 행정명령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폴리티코>가 26일에 첫 보도를 하자, 멕시코 페소화는 달러 대비 2%, 캐나다 달러는 0.3%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정의길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