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은 4월29일을 언론을 비난하며 보냈다. 그는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에서 연 지지자들과의 집회에서 자신은 공약을 하나하나 지키고 있다며, 자신에 대한 비판을 “못 말리는” 언론인들에 의한 “가짜 뉴스”라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언론들은 자신의 취임 100일 동안의 업적에 대한 보도에 대해 “아주 큰 낙제점”을 받아야만 한다며, 지난 100일은 “아주 흥분되고 생산적이었다”고 강변했다.
트럼프는 이른바 “석탄과의 전쟁”을 끝내고 미국에 매일매일 일자리를 되돌려주고 있다고 자찬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가 “우리에게 난장판을 줬다”며 “다가오는 큰 싸움들에 준비가 돼 있고 모든 싸움에서 이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취임 100일을 맞은 대통령들이 백악관 출입기자단과의 만찬에 참석하던 전통을 깨고, 대신 이 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백악관 기자단 만찬에 대해 “할리우드 배우들과 워싱턴 언론이 떼로 몰려서 아주 지루한 만찬에서 자신들끼리 위로한다”며 거듭 언론을 비판했다.
트럼프는 자신에 대한 비판을 “가짜 뉴스”라고 비난했지만, 정작 그 자신은 취임 이후 거의 매일 거짓 주장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 취임 100일 팩트 체크를 통해 트럼프가 취임 99일 중 91일 동안 적어도 한 가지씩 허위이거나 오류의 주장을 했다고 적시했다. 또 트럼프는 5일마다 한번씩 골프를 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은 29일 펜실베이니아 해리스버그에서 집회를 열고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해리스버그/EPA 연합뉴스
취임식 다음날인 1월21일 트럼프는 취임식 참석 군중에 대해 “내가 보기에 150만명이다”라며 특유의 사실 왜곡과 허풍스런 언사를 시작했다. 트럼프 취임식 참석 인원은 60만명 정도로, 역대 최고인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때 180만명의 3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트럼프는 취임 99일째인 지난 28일에도 “누구도 취임 100일 동안 우리보다 더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가 취임 90일 동안 28개 법안에 서명하고, 상원은 새로운 대법관을 인준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취임 100일 동안 실천하겠다고 공약한 주요 법안 10개 중 어느 것도 통과시키지 못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취임 100일 동안 76개 법안에 서명했고, 오바마 전 대통령은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대규모 경기진작책을 입안했으며,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주요 감세안을 통과시켰다.
취임 100일을 맞은 트럼프 행정부는 정부 폐쇄 위기를 근근이 넘긴 상태다. 현재 연방정부는 지난해 편성된 예산을 모두 사용해, 오는 9월 말까지인 올해 회계연도 전체를 담은 본예산을 다시 편성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예산 편성에 임기 초 최대 공약인, 오바마케어를 대체할 새로운 건강보험법과 멕시코와의 분리장벽 설치 예산을 반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내에서도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취임 100일째인 29일 연방정부가 폐쇄될 뻔했으나, 10시간 전인 28일 오후에 1주일치 초단기 임시예산안을 편성해 위기를 넘겼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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