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최우선 국정 과제인 트럼프케어가 하원을 통과한 것을 자축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첫날에 시행하겠다던 오바마케어 대체법안이 하원에서 간신히 통과됐다. 연방정부 폐쇄 위기를 고조시켰던 정부지출 예산안도 상원을 통과했다.
미국 하원은 4일 본회의에서 현행 건강보험법(오바마케어)을 대체하는 ‘미국건강보험법’(트럼프케어)을 찬성 217표, 반대 213표로 의결했다. 통과에 필요한 216표에서 1표가 더해져 간신히 통과된 것이다. 민주당 의원은 전원이 반대했고, 20명의 공화당 의원도 반대에 동참했다.
트럼프케어는 지난달 24일 공화당 내의 반대로 표결이 무산됐다가 이번에 일부 내용을 수정해 하원에 회부됐다. 트럼프로서는 임기 석달 만에 자신이 공언한 최우선 국정 과제인 건강보험대체법을 도입할 기회를 잡게 됐으나 상원 통과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트럼프케어가 하원을 통과한 가장 큰 이유는 당내 보수강경파 의원 모임인 프리덤코커스의 요구에 타협했기 때문이다. 프리덤코커스는 기존의 트럼프케어가 제2의 오바마케어라며 반대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케어의 핵심 조항에서 원용해온 △환자에 대한 더 높은 보험료율 부과 금지 △최소보험 보장 요건 의무화 조항을 주정부 차원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법안을 수정했다.
하지만 이런 수정안에 공화당 내 중도온건파들의 반발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대도시 지역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케어가 저소득층이나 노인 등 취약층의 의료보장을 현저히 감소시킨다고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케어가 발효되려면 상원 통과가 남았는데, 현재 100석 중 52석을 차지한 공화당 의원들 중 3명만 이탈하면 부결된다. 밥 코커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럼프케어가 상원을 통과할 확률은 ‘제로’라고 말하는 등 몇몇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수정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케어가 상원에서 수정되면 하원에서 다시 의결돼야 한다.
트럼프케어가 통과된 이날 상원은 1조1천억달러 규모의 2017 회계연도 정부지출 예산안을 의결해 연방정부 폐쇄 위기를 넘겼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2017 회계연도가 6개월이 지났으나, 의회는 행정부의 정식지출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해 그동안 미국 정부는 임시지출안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 임시지출안도 지난 4월29일 종료됐고, 그 이후 다시 5일짜리 초단기 지출안으로 운영됐다.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연방정부가 폐쇄된다.
통과된 예산안에서는 방위비와 국경 안보 항목이 증액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국경 장벽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공화당이 반대하는 오바마케어 관련 예산도 들어갔다.
이번 예산안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여야 합의로 의회를 통과한 주요 의안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