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8일(현지시각)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특사인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전 중앙일보·JTBC 회장)을 만나 “내 주변에 북한에 투자를 하고 싶다는 투자자가 많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비핵화 대가로 인도적 지원 의사를 밝힌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대북 투자 허용 가능성까지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틸러슨 장관은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홍 특사와 40분간 면담한 자리에서 “북한이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라도 미국에 신뢰를 주었으면 좋겠다”며 이렇게 밝혔다고 홍 특사는 전했다. 홍 특사는 “(면담에서) 지금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을 괴롭히겠다는 것보다는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문을 열고 북핵 프로그램 폐기를 통해 북한에도 발전의 계기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관여(대화)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또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에 대해 “정권 교체도 하지 않고, 침략도 하지 않고, 체제를 보장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특사단 관계자는 전했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3일 국무부 직원들 대상 연설에서 △정권 교체 △정권 붕괴 △흡수통일 △38선 이북 침공 등을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4노(no)’ 원칙을 밝혔는데, 우리 특사단 앞에서 이를 재확인한 것이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에 대해 “우리를 한번 믿어달라”면서도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 중지를 행동으로 보여야 하며, 뒤로 북한과 대화를 해나가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또 “선제 타격, 군사 행동 옵션으로 가기까지는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며 “지금 가진 모든 수단은 외교적·안보적·경제적 수단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다”고 말했다.
한편 홍 특사는 현 정부에서 공직을 맡을지에 대한 질문에 “주미대사뿐 아니라 어떤 공직도 맡지 않겠다”며 “다만 역할이 있다면 직간접적으로 도울 생각”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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