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지난해 미국 대선 개입 및 도널드 트럼프 캠프와의 내통 의혹을 수사하다가 전격적으로 해임된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다음주 상원 청문회에서 공개 증언하기로 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31일 보도했다. 하원도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측근 변호사 등에게 증언과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발부했다.
코미 전 국장의 측근은 ‘러시아 게이트’를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한테서 코미 전 국장이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증언하는 것을 승인받았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이날 전했다. 이 측근은 상원 정보위에서 코미 전 국장이 어떤 내용의 증언을 할지는 모르지만, 코미 전 국장이 뮬러 특검한테 진술을 하는 것을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상원 정보위는 다음주에 개최될 예정이다.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밀 유지를 위한 대통령 특권을 활용해 코미 전 국장의 증언을 가로막을 수도 있으나, 그럴 경우 오히려 정치적·법적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조지메이슨대의 마크 로젤 교수는 “비밀 유지를 위한 특권을 주장하면 대통령이 뭔가를 숨기려 한다고 여겨질 것이고, 오히려 비판만 더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상원의원들은 코미 전 국장이 러시아 게이트 수사에 관해 트럼프 대통령과 나눈 대화에 대해 증언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미 전 국장은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단둘이 만났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사임한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한 내용을 담은 메모를 남겼다. 연방수사국은 코미 전 국장의 메모를 제출해달라는 의회의 요구에 대해 특검의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코미 전 국장이 자신의 입으로 직접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 중단 압력을 폭로할 경우 러시아 게이트 파문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원 정보위원회도 이날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 그리고 이들이 운영하는 회사에 증언과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발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측근으로 지난 대선 때 그의 대변인 구실을 했던 코언 변호사는 애초 하원 정보위에 대한 자료 제출을 거부한 바 있다. 하원 정보위의 조사를 이끌고 있는 마이크 코너웨이(공화), 애덤 시프(민주) 의원은 “증언을 끌어내고, 개인 문서와 사업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하기 위해 소환장을 발부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원 정보위는 또 기밀정보 보고서에 거론된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국가안보국(NSA)과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에도 소환장을 발부했다.
<뉴욕 타임스>는 코미 전 국장의 공개 증언이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 때부터 발목을 잡아온 논쟁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황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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