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테러와 관련한 영국 런던 시장의 발언에 대해 빈정대거나 자신의 정책을 옹호하는 근거로 삼는 ‘폭풍 트위트’로 미국 안팎의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적어도 7명이 사망하고 48명이 테러로 부상당했는데도 런던 시장은 ‘불안해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고 트위터에 썼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이 테러 직후 <비비시>(BBC)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을 비꼰 것이다. 하지만 이는 맥락을 무시한 반응이다. 칸 시장은 인터뷰에서 “무장 경찰과 사복 경찰을 비롯해 경찰력이 증강 배치될 것이다. 이것 때문에 불안해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 직전 시민들과 방문객들을 향해 “침착하면서도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고 권고했다. 테러 위험은 경계하되 경찰력 증강에 놀라지 말라고 알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칸 시장과 ‘구원’이 있다. 그가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5월 테러를 막기 위해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파키스탄계이며 최초의 무슬림 런던 시장인 칸은 “무슬림에 대해 무지하다”고 꼬집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이큐(IQ) 테스트를 해보자”며 ‘뒤끝’을 이어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지금 우리가 총기 논쟁을 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나? 그들(테러리스트들)이 칼과 트럭을 사용하기 때문”이라며 총기 소지 정책에 대한 옹호론을 폈다. <워싱턴 포스트>는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총기 구입 법률을 가진 국가들 중 하나다”, “테러범들이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반자동 무기같은 것을 사용했다면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며 상황을 왜곡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척하는 행동을 그만두고 우리 국민의 안전이라는 본론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런던 테러를 기화로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자신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또 다른 단계의 안전 조처로서 여행금지명령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도 했다.
칸 시장의 대변인은 “고의적으로 맥락을 무시한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된 트위트에 대응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많다”며 대꾸할 가치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장 중요한 동맹국에서 발생한 테러에 대해 위로는 못 건넬 망정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행태에 대해 상식 밖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비드 라미 영국 노동당 의원은 “악마는 사방에 널려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이렇게 큰 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장을 비판할 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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