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9일 매사추세츠공대(MIT) 졸업식 축사를 하고 있다. 케임브리지(매사추세츠)/EPA 연합뉴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시이오)가 매사추세츠공대(MIT) 졸업식 축사에서 가짜뉴스 유통과 살인·자살 생중계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페이스북을 ‘쿡 찔러’ 화제를 모으고 있다.
쿡은 9일(현지시각) 축사에서 “기술의 잠재적인 ‘유해한 결과’가 더 빠르게 확산되면서 더 깊은 상처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보 위협, 사생활 위협, 가짜뉴스, 반사회적이 된 소셜미디어”를 기술의 ‘유해한 결과’의 사례로 꼽은 뒤 “때로는 우리를 연결해주려고 만든 기술이 우리를 분열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 ‘세상과의 연결’을 페이스북의 사명이라고 얘기해왔고, 지난 미국 대선 과정에서 페이스북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가짜뉴스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기 시작한 점에 견줘보면, 쿡의 발언은 분명히 페이스북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쿡은 “인류에 대한 여러분의 영향력을 ‘좋아요’의 수가 아니라 여러분이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타인들의) 삶으로 평가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인기가 아니라 당신이 봉사하는 사람들”로 평가하라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페이스북의 상징과도 같은 ‘좋아요‘가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의 공동체에 대한 헌신이 중요함을 역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또한 “나는 인공지능(AI)이 컴퓨터에 인간처럼 생각하는 능력을 부여하는 것은 걱정하지 않지만 인간이 컴퓨터처럼 생각하는 것은 걱정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쿡이 페이스북에 은밀히 한 방을 먹였다”고 평가했다.
최근 가짜뉴스는 물론 테러 선동과 살인·자살·성폭행 동영상까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는 양상이 반복되면서 콘텐츠 규제와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페이스북의 뉴스피드가 특정 이슈에 대한 특정인들만의 네트워킹으로 치달으면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는 유럽연합(EU) 반독점위원회 위원장의 경고도 있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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