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의 건의에 따라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해임했는데, 그 해임 건으로 자신이 수사를 받고 있다면서 로즌스타인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렸다. 마이애미/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게이트’ 수사를 진행하던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해임해 자신이 특별검사의 수사를 받고 있는 사실을 처음 시인하면서, 특검을 임명한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한테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트럼프가 로즌스타인을 해임하거나, 로즌스타인 스스로 러시아 게이트 수사에서 손을 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로즌스타인 법무 부장관에 대한 불만을 날것으로 내보였다. 그는 트위터에 “나한테 ‘연방수사국 국장을 해임하라’고 말한 그 사람이 의해, 연방수사국 국장을 해임했다는 이유로 수사를 받고 있다. 마녀사냥!”이라는 글을 올렸다. 로즌스타인이 해임을 건의해 코미 전 국장을 해임했는데, 바로 그 이유로 로즌스타인이 임명한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특검은 트럼프의 코미 전 국장 해임이 사법방해에 해당하는지 수사하고 있다.
그러나 로즌스타인은 트럼프가 이미 코미의 해임을 결정해 놓고 그에 대한 평가를 가져오라고 한 뒤 이를 구실로 코미를 해임했다고 반박한 바 있다. 백악관 쪽이 코미의 해임을 자신이 주도한 것처럼 몰아가자 사임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로즌스타인은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이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연방수사국의 수사에서 손을 떼면서, 연방수사국의 러시아 게이트 수사를 지휘·감독했다. 그는 뮬러 특검을 임명하기 30분 전에야 백악관에 통보해 트럼프 등의 반감을 사기도 했다.
<에이피>(AP) 통신은 트럼프의 참모와 측근들을 인용해,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러시아 게이트 수사를 다루는 내용이 나오면 자신이 대통령직을 훼손하려는 음모의 표적이 됐다고 주장하며 소리를 지르는 등 점점 더 수사에 화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쏟아내는 분노의 일부는 로즌스타인과 뮬러를 향하고 있고, 트럼프는 이들이 자신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믿는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트럼프가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면서 그가 로즌스타인과 뮬러를 해임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로즌스타인이 해임되지 않더라도 스스로 러시아 게이트 수사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의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은 성명을 내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보낸 메시지는, 그가 법의 지배는 자신한테 적용되지 않는다고 믿고 있으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누구나 해임될 것이라는 내용”이라며 “트럼프가 뮬러 특검과 로즌스타인 부장관을 해임하려는 게 아닌지 점점 더 우려된다”고 밝혔다.
미 <에이비시>(ABC) 방송은 로즌스타인이 동료들에게 자신은 러시아 게이트 수사에서 손을 떼야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언 프라이어 법무부 대변인은 “법무부 부장관이 여러차례 얘기했던 것처럼, 그가 수사에 관여하지 않을 필요가 있으면, 그는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나 변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로즌스타인이나 뮬러를 해임하면 코미 전 국장을 해임했을 때보다 더 큰 역풍에 휩싸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황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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