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워싱턴 정상회담이 며칠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거의 매일 북한 동향을 보고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지난 2월 탄도미사일 발사와 4월 미-중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북핵 문제를 외교안보 정책의 최우선 순위라고 밝혀왔다.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24일(현지시각) <엠에스엔비시>(MSNBC)의 ‘휴 휴이트 쇼’ 프로그램에서 북한이 제기하는 위험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아주 현실적인 위험”이라며 “북한은 핵무기로 미국을 위험에 처하게 할 능력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폼페오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거의 매일 북한에 관해 묻고 어떻게 위협에 대응할지를 묻는다. 그러지 않고서 내가 백악관을 빠져 나오는 날은 좀처럼 없다”며 “북한 문제는 그의 마음속에서 아주 상위권에 있다”고 말했다.
폼페오 국장은 “미국은 북한이 기조를 바꾸고 서구 문명의 일부가 될 거라는 희망으로 20여년 동안 휘파람을 불며 공동묘지를 지나갔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전임 행정부들의 기존 대북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를 하도록 압력을 넣기 위한 아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일련의 정책이 없었다”며 “그래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전 세계에 걸쳐 그런 일(대북 압박)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나 북핵 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에는 직접적인 답변은 피한 채 “(해결을 위해) 노력을 배가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폼페오 국장은 공화당 소속의 3선 하원의원 출신으로, 미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 뒤 가장 자주 만나는 인물이 바로 온갖 ‘정보’를 틀어쥐고 있는 폼페오 국장이라고 전했다. 폼페오 국장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거의 매일 대통령을 만난다”며 “보통 35~40분 정도 계획이 잡혀 있는데 그 시간을 거의 항상 넘긴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런 미국 기류에 견줘볼 때 한-미 두 정상은 오는 29~30일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의 긴급성과 한반도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에는 쉽게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인 ‘전략적 인내’가 실패했다고 천명했음에도 실제로는 이전 정부와 차별성 있는 대북 정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문 대통령이 어떤 해법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브래드 슈나이더 하원의원 등 한인 유권자들이 많은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 문 대통령의 방미 때 상·하원 합동연설 기회를 마련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다만 상·하원 합동연설은 국빈방문 때 이뤄지는 게 관례여서 이번 방문에선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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