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의 대법원을 27일 헬기로 공격했다고 주장하는 경찰 간부가 공격에 앞서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 동영상은 인스타그램에 올랐다.
두달 이상 동안 계속된 베네수엘라 반정부 시위가 헬기를 이용한 대법원 공격으로까지 악화됐다.
27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대법원 상공에 헬기가 나타나 대법원 건물을 향해 4발의 수류탄을 투하하고 총탄 15발을 발사했다. 이 공격으로 사상자가 발생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정부 쪽은 한 경찰 간부가 경찰 헬기를 탈취해 공격을 했다고 밝혔다. 이날 소셜미디어에선 자신을 오스카 페레즈라고 밝힌, 제복을 입은 한 중년 남성이 무장한 사람들과 함께 등장해 이 공격이 자신의 소행이라고 말하는 내용의 동영상이 퍼졌다. 페레즈는 “우리는 이 범죄적 정부에 반대하는 군, 경찰, 민간인 동맹이다. 우리는 어떠한 정치적 편향이나 당에 속하지 않았다. 민족주의자, 애국자, 법치주의자들이다”라며 국민들에게 현 정권에 대한 저항을 촉구했다.
공격 당시 현장을 찍은 동영상을 보면, 페레즈를 닮은 남성이 헬기 부조종석에 앉아 베네수엘라 헌법 제350조를 상징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 헌법 조항은 민주적 원칙에 역행하거나 인권을 침해하는 정권이나 법, 권위에 대한 불복종을 권하는 내용이다.
베네수엘라에서는 경제 위기가 악화하면서 니콜라스 마두로 좌파 정부에 대항하는 우파 주도의 반정부 시위가 두달 넘게 거의 매일 벌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마드로 정부를 지지하는 친정부 시위 역시 격화되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 등으로 7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마두로 대통령은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연설을 통해 이 공격을 “쿠데타 음모”라고 규정했다. 그는 “조만간 그 공격을 가한 사람들을 체포할 것이다”라고 말해, 헬기 공격을 주도한 이들이 현장에서 체포되지 않고 도주했음을 시사했다.
대법원은 최근 반정부 시위의 표적이 돼왔다. 우파들이 주도하는 반정부 시위 세력은 대법관들이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 마두로 대통령 쪽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대통령의 하수인이라고 비판해왔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