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트위터에서 원색적인 인신공격을 한 <엠에스엔비시>(MSNBC) 프로그램 진행자인 조 스카버러와 미카 브레진스키.
“시청률이 형편없는 모닝 조가 나에 대해 나쁘게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더는 보지 않는다). 그런데 지능지수(IQ)는 그렇게 낮은가. 미친 미카가 사이코 조와 함께 새해 전날 즈음 사흘 밤 연속 (플로리다주 리조트) 마라라고에 왔는데 나와 합류하겠다고 계속 요구했다. 그녀는 성형수술로 피를 더럽게 흘리고 있었다. ‘노'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엠에스엔비시>(MSNBC) 뉴스의 남녀 진행자들에게 욕설을 퍼부어 워싱턴이 발칵 뒤집혔다. 트럼프는 29일 트위터에 <엠에스엔비시> 프로그램 ’모닝 조’의 남녀 진행자 조 스카버러(54)와 미카 브레진스키(50)를 저속한 언어로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는 그동안 트워터에서 원색적이고 거친 표현을 구사하기는 했다. 하지만 특정인을 겨냥해 “지능지수가 낮다”. “미친 미카”, “사이코 조”, “성형수술로 피를 더럽게 흘린다” 등 욕설과 다름없는 표현을 한 것은 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화당 의원들도 대통령으로서 품위를 내던진 이 메시지를 거세게 비판하는 등 워싱턴 정가에 개탄의 목소리가 울리고 있다. 특히 여성에 대한 모욕적 언사로 공화당의 여성 의원들이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이번 파문은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현안인 새로운 의료보험법인 트럼프케어의 상원 통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에 비판적인 공화당의 온건파 의원들이 격노한 데다, 특히 여성의원들이 분노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한테 “성형수술로 더럽게 피를 흘린다”는 욕을 먹은 미카 브레진스키가가 그에 대한 반격으로 트위터에 올린 이미지. 트럼프의 작은 손을 조롱하는 의미다.
<엠에스엔비시>는 미국 방송들 중 가장 자유주의적인 성향인 데다 트럼프에 가장 비판적이었다. 특히 스카버러와 브레진스키는 트럼프 비판에 앞장서, 트럼프도 이들을 비난하는 트위터를 종종 올리기도 했다. 브레진스키는 트럼프를 “거짓말쟁이”, “정신적으로 병들었다”고 비판했었다. 브레진스키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조막손을 위해 만들어진”이라는 문구가 붙은 시리얼 상자 사진을 올렸다. 이는 트럼프의 작은 손을 조롱하는 비유다. <엠에스엔비시> 방송은 성명을 내고 “대통령이 일은 하지 않고 공갈치고, 거짓말하고, 사소한 개인적 공격이나 토해낸 것은 미국에게 슬픈 날이다”라고 비난했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엔비시>(NBC) 인터뷰에서 “그저 창피하다. 아니 창피하다는 말로는 모자라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트위터에서 “당신의 트위트는 대통령직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미국 정치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대변한다”고 비판했다.
여성인 수전 컬린스 상원의원은 “이게 의료보험법안 협상에 직접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지 않지만, 이건 품위가 없고 미국 대통령 수준이 아니다. 우리가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행동과는 완전히 반대다”라고 비난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모닝 조’의 부정적이고 불공정한 보도에 반격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의 댄 스카비노 소셜미디어 국장은 트위터에서 트럼프의 언행을 적극 비호했다. 그는 “‘구제불능 바보’ 미카와 그의 연인인 ‘질투하는’ 조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들의 부름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길을 잃고, 헷갈리고, 슬프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백악관에서 열린 만찬을 앞두고 현관에서 문재인 대통령 부부를 기다리는 동안 미국 기자들로부터 “오늘 트윗한 것을 후회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으나, 굳은 표정으로 아무런 대답 없이 정면을 바라봤다.
트럼프와 두 진행자의 악연
트럼프와 두 진행자 사이는 처음에는 우호적이었다. 특히 플로리다 출신의 공화당 하원의원을 지낸 스카버러는 트럼프와 특별한 관계이기도 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초기까지도 트럼프는 ‘모닝 조’의 부정기 초대손님으로 출연하곤 했다. 트럼프는 이 쇼를 더 시청률이 높은 <폭스뉴스>의 ‘폭스 앤드 프렌즈’에 비견된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공화당 뉴햄프셔 경선에서 승리한 뒤 스카버러와 브레진스키가 자신의 대선 후보 경선 승리를 확신한다며 감사의 인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카버러가 지난해 5월 <워싱턴포스트>에 트럼프의 선거운동을 비판하는 글을 기고하면서 상황은 일변했다. 스카버러는 “만약 트럼프 팀이 요란한 홍보 전술보다는 근본적 문제에 더 집중하는 선거운동을 구축하지 않는다면 트럼프가 협상해야 할 다음 거래는 ‘어페런티스’ 복귀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어페런티스’는 트럼프가 출현하던 서바이벌 예능 방송 프로그램이다.
이에 트럼프는 스카버러의 쇼가 “급속히 몰락한다”며 트위터에서 반격했다. 그는 “내가 그 쇼를 더 이상 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모닝 조’가 적대적으로 돌아섰다고 들었다. 그들은 내 입장을 잘못 전했다”고 말했다. 이에 스카버러도 자신의 쇼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급속히 몰락하는 것은 도니 꼬마”라고 반박했다. 도니는 도널드의 애칭이다.
지난해 8월에 이들이 트럼프의 이민 정책을 비판하자,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그 쇼가 “볼 만한 것이 아니다”라며 “‘모닝 조’는 제정신이 아니고, 노이로제에다가 엉망진창”이라고 욕했다.
스카버러는 브레진스키와 함께 뮤직비디오까지 제작해 트럼프 비판에 나섰다. 이들은 컨트리 음악을 배경으로 한 랩으로 “느른하고 축처진 남자”라고 트럼프를 칭하며 그가 “정신병적인 비정상”, “사이코패스”라고 비난했다.
그 후 두 사람은 트럼프를 “멍청이”라고 부르면서 자주 그의 정신건강에 의문을 표했다. 지난주에 스카버러는 자신이 새로운 뮤직비디오를 발표했는데, 이는 핵전쟁과 마약 사용, 폭동의 장면 가운데 트럼프의 이미지를 넣은 앨범으로 출시됐다.
그동안 이들에 대한 비판을 삼가던 트럼프가 무엇 때문에 극렬한 비난을 재개했는지는 불투명하다. 지난주 이들은 트럼프의 골프클럽에 걸어놓은 그에 대한 가짜 <타임>지 커버에 대한 <워싱턴포스트> 기사를 언급했다. 이들은 “자신에 대한 가짜 잡지 표지를 만들고, 매일매일 거짓말을 하며 나라를 파괴하는 것보다 더 그를 편하게 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스카버러와 브레진스키는 방송을 같이 진행하다가 연인 관계로 발전해 지난달 약혼했다. 브레진스키는 지난 5월 세상을 떠난 미국 외교계의 거물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딸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