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29일 중국 단둥은행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뒤 질문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 재무부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회동 및 만찬이 예정된 29일(현지시각) 전격적으로 중국 단둥은행을 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한 것을 놓고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월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기습 폭격’을 귀띔해 시 주석을 당황스럽게 했던 장면을 연상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문 대통령의 방미 일정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미 며칠 전 미국 행정부가 한국 쪽에 발표 날짜를 알려왔다”며 “문 대통령한테도 보고가 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번 발표가 한국을 당황스럽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워싱턴의 다른 소식통도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명백한 대중 압박 신호”라고 풀이했다. 미국에선 공휴일인 독립기념일(7월4일)까지 황금 연휴가 이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휴 뒤 곧바로 G20 회의를 위해 유럽 순방에 나서 시진핑 주석과 만난다. 중국에 압박 메시지를 보내려면 29일나 30일이 사실상 마지막 시한인 셈이다. 미국 정부는 29일 이외에는 발표할 시점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한국 쪽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 제재와 병행해 북핵 협상을 위한 입구와 로드맵을 모색하려는 한국 정부에는 시점상 썩 유리한 분위기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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