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6월29일 나토 국방위원회 회의 참석을 위해 브뤼셀의 나토 본부에 도착하고 있다. 브뤼셀/AFP 연합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아이시비엠) 발사로 한반도 정세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미국의 현재 대북 정책 기조는 군사적 해법이 아닌 경제·외교적 압박임을 강조했다.
매티스 장관은 6일(현지시각)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이런(아이시비엠) 역량으로 전쟁이 더 가까이 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그동안 경제(제재)와 외교적 노력들로 (북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매티스 장관의 갑작스런 기자 간담회는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5일 “해야 한다면 군사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히고,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의 나쁜 행동에 엄중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또다시 떠오른 ‘선제타격론’을 진정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매티스 장관은 북한 문제와 관련한 외교는 실패하지 않았다며, 틸러슨 국무장관이 미국 행정부에서 북한 문제를 다루는 핵심적인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사건 등을 언급하며 “우리의 자제력은 유지되고 있다. 외교적 노력들이 진행 중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동맹과의 협력, 중국과의 협조, 대북 경제 제재 등을 꼽았다.
그는 “군사적으로는 한국 및 일본 등 동맹과 함께 항상 준비가 돼 있다”며 “필요하다면 군사적 선택지를 제공할 준비도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전쟁을 시작하려는 북한의 어떤 노력도 심각한 결과를 맞을 것”이라고 밝혀, 북한의 선제적 무력 사용이 있는 경우에만 군사적 수단으로 대응할 것임을 내비쳤다.
헤일리 대사나 트럼프 대통령의 잇딴 대북 강경 발언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기조가 근본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라고 외교소식통들은 전했다. 대북 군사적 선택지는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놓으며, 북한 정권 교체나 흡수통일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은행·기업 등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3자 제재)를 밀도있게 검토하는 등 모든 제재 수단을 동원해 북한에 ‘최고의 압박’을 가하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동결과 한·미 연합훈련 조정·중단과 같은 주고받기를 통해 외교적 해법을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북한 전문 매체인 <38노스>의 조엘 위트 대표운영자는 이날 화상회의에서 “현재 한미 연합훈련 프로그램은 돌에 새겨진 것처럼 고정불변이 아니다”라며 “북한에 덜 위협적이면서도 동맹을 보호할 수 있는 방식으로 훈련 프로그램을 변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트 대표운영자는 ‘북한의 나쁜 행동에는 보상할 수 없다’는 논리에 대해 “그동안 나쁜 행동에 보상하지 않았다. 그 결과로 북한은 이제 아이시비엠으로 미국을 공격할 수 있게 됐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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