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각) 성명을 발표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북한 정권의 무모하고 위험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사진은 이날 뉴욕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 뉴욕/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아이시비엠) 시험 발사에 대응해 북한을 더 강하게 제재하라며 대중국 압박을 한층 강화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중국은 북한과 관련해 우리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말만 한다”며 “우리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것을 더는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쉽게 이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매우 실망했다. 미국의 어리석은 과거 지도자들은 (중국이) 무역으로 한해에 수천억달러를 벌어들이도록 허용했다. 하지만…”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성명을 내어 “한달도 안 돼 실시된 두번째 아이시비엠 발사 시험은 북한 정권의 무모하고 위험한 가장 최근의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자신의 명의로 된 성명까지 냈다는 것은, 이번 사안을 상당히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같은 날 성명에서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의 주요한 경제적 조력자로서, 중국과 러시아는 역내 및 국제적 안정의 위협 증가에 대한 특별하고도 남다른 책임을 지니고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를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의 1차 아이시비엠 발사 직후 발표한 지난 4일 성명에선 중국이나 러시아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의 공개적인 발언 내용을 고려하면,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북한의 1차 아이시비엠 발사를 둘러싸고 강도 높은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에 난색을 보이고 있는 중국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전달한 초안에는 대북 원유 수입 중단·축소와 북한 국외노동자 고용 금지 등이 적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 거래한 중국 기업·은행들에 대한 독자제재는 안보리 논의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소식통은 30일 “미국 입장에선 (국제사회의 공조를 과시할 수 있는) 안보리 결의가 더 중요하다”며 “중국이 (북한의 이번 아이시비엠 발사를 계기로) 협조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기 위해 미국이 좀더 기다릴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의 거친 트위터 발언과 행정부 분위기 등에 비춰볼 때, 유엔 안보리 논의 상황과 관계없이 미국이 31일쯤 전격적으로 중국 기업들에 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고 한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미국의 중국 압박 강화는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일방적으로 책임과 역할을 떠넘기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적으로는 미-중 간 전략적 불신이 깊어져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뉴욕 타임스>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북한의 아이시비엠 발사 직후 행정부 당국자들에게 “북한 정권 붕괴 이후에 대해 중국과 먼저 합의한다면 북핵 문제를 해결할 더 나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고 29일 전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북한 붕괴 이후 한반도에서 대부분의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중국에 약속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대다수 행정부 인사들은 중국이 미국의 약속을 믿을지 회의적이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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