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의 제헌의회 선거가 치러진 30일 바르쿠이시메토에서 이 선거를 반대하는 화염병을 든 야권 시위자들이 거리를 막고는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바르쿠이시메토/EPA 연합뉴스
격렬한 반대 시위 속에서 30일 치러진 베네수엘라 제헌의회 선거가 “투표율 41.5%로 성사됐다”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정부가 31일 주장했다.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의 티비사이 루세나 위원장은 31일 800만명 이상이 투표해 41.5%의 “이례적인 투표율”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마두로 대통령도 이날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제헌의회 선거가 정부의 승리라고 선언했다. 마두로는 이 선거가 “혁명을 지지하는 최대의 투표”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야권은 유권자의 88%가 기권했고, 대대적인 선거 부정이 있었다며 선거가 무효라고 선언했다. 야권 정치인 헨리 라모스 알루프는 250만명에 못미치는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선거가 치러진 30일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해 베네수엘라 전역에서는 마두로 정부와 이 선거에 항의하는 대규모 거리 시위가 벌어져, 적어도 10명이 사망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마두로 정부는 이날 시위금지령을 내렸으나, 반정부 시민들은 카라카스의 주요 거리에서 바리케이드를 쌓고 경찰과 대치하며 시위를 벌였다. 야권은 31일에도 대규모 시위를 준비중이다. 제헌의회가 출범하는 2일에도 대규모 반대시위가 예정돼, 베네수엘라 정국 위기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국제석유값 하락 등으로 인한 재정 악화, 수입 생필품 부족 등으로 심각한 경제난에 처한 마두로 정부는 지난 5월1일 새 헌법을 제정할 제헌의회 구성을 발표했고 이번에 그 선거를 강행했다. 500명 의원이 선출된 이번 제헌의회에서는 1999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때 통과된 기존 헌법을 개정한다. 마두로 대통령은 제헌의회가 “화해와 평화”를 진작시키는 헌법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내용을 드러나지 않고 있다. 현 정부의 입지를 강화시키는 쪽으로 새 헌법이 제정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은 30일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조처를 발표하고, 제헌의회 선거 불인정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엉터리 선거”이고 “독재로 가는 조처”라고 비난했다. 이웃 국가 콜롬비아를 비롯해, 파나마, 페루, 브라질 등 남미의 우파 정부 국가들도 이번 선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페루는 30일 베네수엘라 위기를 논의하기 위해 8월8일 중남미 국가 외무장관 회담을 소집했다. 미주기구 의장국인 페루가 마두로 정부 비난을 강화하자, 마두로 정부는 미주기구를 탈퇴할 것이라고 대응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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