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자유무역과 시장개방이라는 기존 질서를 허물고 세계경제에 보호무역 강화와 통상 마찰이라는 새로운 위험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부산항 신항 부두에 접안한 컨테이너선에 수출 화물을 선적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핵 해결 비협조에 대한 미국의 대중 보복 일환
사문화된 301조 동원한 일방적 무역보복
사문화된 301조 동원한 일방적 무역보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와 관련해 강력한 무역제재를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외국 기업들이 중국 현지의 자회사나 협력업체들에게 기술을 이전하도록 요구하는 중국의 지적재산권 체제에 대해 조사를 시작하는 ’진지한 토론’을 진행중이라고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2일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무역제재 움직임은 중국에서 영업 중인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외국 기업들이 우려를 표하는 지적재산권 문제를 겨냥한 것이지만,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에 중국이 미온적으로 대처한 데 대한 보복 성격도 있다고 신문들은 전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 미국 행정부의 대표적 무역보복 수단이었던, 1974년 제정된 무역법 301조를 통한 무역제재를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법 301조는 불공정 무역행위를 하는 국가의 제품에 징벌관세를 부가하는 권한 등 대통령에 폭넓은 무역보복 조처를 부여하고 있다. 1988년 포괄통상법은 301조를 대폭 개정해, 무역대표부가 각국 무역관행을 점검해 무역보복을 실시하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는 ‘슈퍼 301조’로 불렸다. 하지만,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뒤에는 사실상 사문화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되살리면, 세계무역기구 체제보다는 미국의 일방적 법 집행에 방점을 찍는 신호이기도 하다.
무역법 301조를 적용하면 미국 정부는 중국의 무역행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수 있고, 수개월 내에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인상이나 다른 제재를 할 수 있게 된다. 대중국 무역제재는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대중 무역제재를 놓고 강온파 사이의 의견 차이가 심해 무역제재 조처가 축소되거나 발표가 지연될 수도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1970년대에 제정된 국제긴급경제권한법 적용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대통령이 국제긴급경제권을 발동해, 폭넓은 권한을 부여받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메이드인 차이나 2025’ 계획에 따라 외국 기업에 핵심기술 이전을 압박하는 중국의 요구를 거부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무역제재를 발표한다면 대중국 정책의 큰 전환을 상징한다고 신문들은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중국과의 무역 문제에서 강경한 입장을 표방했으나, 북한 핵 개발 문제에 대한 중국의 협조 등을 구하며 신중한 자세를 보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두번째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한 뒤인 지난달 30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에 매우 실망했다. 우리의 멍청한 과거 지도자들이 중국에게 매년 무역으로 수천억달러를 벌게 해줬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과 관련해 우리에게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고 실망감을 토로했다. 중국이 북한의 핵개발 문제를 풀지 못하면 이제는 무역보복을 하겠다는 시사였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내티우스도 이 신문 1일자 칼럼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가 강경한 무역제재를 준비중이라면서,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입안한 온건한 대중국 무역안이 지난달 백악관에 의해 무산돼 중국과 로스 장관 모두가 모욕감을 느꼈다는 내용을 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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