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쪽과 러시아의 미 대선 공모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로버트 뮬러 특검. 워싱턴/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쪽과 러시아의 유착 의혹에 대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수사가 가속도를 내고 있다. 수사 및 재판 과정을 관장할 대배심이 구성됐으며, 트럼프 대통령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러시아 변호사의 지난해 6월 회동도 본격적인 수사망에 올랐다.
뮬러 특검이 몇주 전 베릴 하월 워싱턴 연방지법원장에게 대배심 구성을 요청했으며, 하월 원장이 이를 수용해 대배심이 활동 중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 등이 3일 보도했다.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대배심은 소환장 발부, 증인 출석 및 자료제출 요구 등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일반배심원은 무작위 추점을 통해 12명가량으로 구성된다. 이에 비해 대배심은 일반적으로 대형 사건을 주로 다루게 돼 면접 등을 통해 16~23명으로 구성된다. 활동기간도 6~18개월로 상당히 길고, 비공개 재판을 한다.
뮬러 특검은 그동안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러시아 연루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구성된 대배심을 이용해왔으며, 이 대배심은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에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뮬러 특검이 수사 범위를 넓히고 이동에 따른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워싱턴에 대배심 설치를 요청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텍사스대학의 스티븐 블래덱 법학교수는 “뮬러 특검이 (플린 수사를 넘어)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조사를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신호”라고 풀이했다.
이와 관련해 대배심이 트럼프 장남의 지난해 6월 회동과 관련해 소환장을 발부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소환장은 문서 및 증인과 관련된 것으로, 트럼프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나 당시 동석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도 소환 대상에 포함돼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해 6월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약점’을 잡기 위해 러시아 변호사와 면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와 함께 뮬러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 쪽과 러시아의 금전적인 유착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시엔엔>(CNN) 방송이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좀더 구체적인 근거를 확보하고 기소까지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러시아 스캔들과 별도의 금융범죄에 대해서도 수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뮬러 특검이 자신과 가족, 그리고 참모들의 금융거래까지 수사하는 것은 ‘레드라인’(금지선)을 넘는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어, 수사 과정에서 양쪽의 충돌이 예상된다.
뮬러 특검의 수사 압박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이 뮬러 특검을 해임할 가능성이 대두되자, 이를 막기 위한 의원들의 법안도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은 뮬러 특검을 해임하고자 할 경우 사전에 그 이유를 상원 법사위에 보고할 것을 규정한 법안을, 톰 틸리스 상원의원 등은 뮬러 특검이 해임될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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