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번을 쓴 채 밴쿠버항 하역장 인근 한 건물에 들어서고 있는 시크교도들.
노동자들 인권위에 이의제기
1999년 머리에 터번을 두르고 다니는 시크교도들의 오토바이 헬멧 착용 면제 소송에서 승소했던 아브타르 싱 딜론이 또다시 터번 지키기에 나섰다.
밴쿠버항 부두노동자인 딜론 등 시크교도들은 이번에는 안전모 착용을 의무화한 지난해 4월 작업장 안전규정 강화조처를 문제삼아 인권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10년째 부두노동을 해온 딜론은 “안전모 착용 의무화 조처 때문에 그동안 일해오던 밴쿠버항의 벌크터미널에서 일자리를 잃었다”면서 “부두뿐 아니라 건설·어업·벌목 작업장 등 거의 모든 노동현장에서 시크교 일용노동자들이 밀려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크교에서는 영혼의 상징인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고 터번으로 덮고 다니는 것을 생활철칙으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고용주협회는 “작업장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조처”라며 “안전모 의무착용으로 영향받는 일자리는 적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부두노동조합은 안전모 착용은 개인의 선택에 맡길 문제지 필수사항은 아니라며 시크교도 편을 들고 있다. 작업장에서 크레인이 들어 올리는 무게가 수십 톤에 달하기 때문에, 안전모가 사고피해를 줄이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사고를 예방하려면 근본적인 안전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는 99년 인권위 결정에 따라 시크교들에게는 오토바이 운전 시 헬멧 착용을 면제해주는 법률을 만들었다. 캐나다의 3200여만명 인구 중 시크교도는 채 1%도 안된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경계를 넘어 효력이 미치게 될 작업장 안전모 착용문제가 과연 어떤 결론이 날지 주목된다. 밴쿠버/양우영 통신원 junecorea@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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