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미국과 북한과의 평화적 협상을 촉구하는 시위대들이 ’북한과 전쟁이 아닌 대화’라는 문구를 붙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을 놓고 집회를 열고 있다.
핵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식은 양 극단을 오간다.
그는 최근 “세계가 보지 못했던 화염과 분노에 북한이 직면할 것”이라는 말로 핵 공격을 시사했다. 그는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과거에는 핵 전쟁의 참화를 강조하며 핵 감축을 적극 지지하기도 했다고 <비비시>가 10일 보도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12월 대통령 당선자 시절에 미국은 핵무기를 “크게 강화하고 확장”해야만 하고 적을 “능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후보 시절에 그는 자신의 외교정책 보좌관들에게 몇번이나 왜 미국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없냐고 물었다고 <엠에스엔비시>(MSNBC)가 지난 8월에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쪽은 이 보도를 부인했다.
트럼프는 앞서 4월에 타운홀 미팅에서 <엠에스엔비시>의 기자가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절대적으로 배제하는 것을 왜 거부하냐고 묻자, “핵무기가 사용될 수 있는 때가 있을 것인가?”라고 자문하며 “가능하다, 가능하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핵무기 사용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위험성을 추궁당하자, “그럼 우리가 왜 핵무기를 만들고 있냐?”고 반박했다. 그는 “탁자 위에서 내 카드들 중 어떤 것도 치우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정계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전인 1990년대까지는 핵 전쟁의 참화와 핵 감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1990년 <플레이보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언제나 핵 전쟁 문제를 생각해왔다”며 “이는 내 사고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고 말했다. 그는 핵 전쟁을 “궁극적인 재앙”이라고 부르며, 이를 아무도 말하려 하지 않는 병환으로 비유했다.
그는 “모든 어리석음 중에서 가장 큰 것이 핵전쟁이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사람들의 믿음이다”라며 “왜냐 하면 모든 사람들은 핵전쟁이 얼마나 파괴적인지 알고, 그래서 아무도 그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소련의 대결이 최고조로 오르던 1984년 <워싱턴 포스트>에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 협상을 책임지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미사일에 대해 알아야만 하는 모든 것을 배우는 데는 1시간30분이면 된다”며 “어쨌든 나는 그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핵에 관한 트럼프의 발언들을 분석해보면, 자신이 대통령 선거 기간 중에 거듭 말했던 ‘예측불가성’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그는 현재 미국이 핵 방아쇠를 당길 적극성을 적국들이 믿지 않는다며 미국의 핵무기는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방송은 지적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