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아들 니콜라스 마두로 게라. 사진 출처: 폴리티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는 베네수엘라에 군사력 투입을 고려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가 중남미 전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뉴저지주 트럼프 내셔널골프클럽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베네수엘라에 대해 많은 옵션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군사적 옵션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아주 먼 곳에서도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 아주 멀지 않은 베네수엘라에서 사람들이 고통을 겪으면서 죽어가고 있다. 필요한 경우 군사적 옵션까지 포함해 베네수엘라에 관해 많은 옵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지난 4월 이후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면서 120명 이상이 숨졌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선거로 제헌의회를 구성해 기존 의회를 무력화시켰다.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는 베네수엘라의 회원 자격을 정지시키면서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그러나 연일 북한과 ‘말 전쟁’을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대해서도 군사행동을 경고하자, 베네수엘라 정부는 물론 주변국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베네수엘라 국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미쳤다”는 반응을 내놨다. 멕시코·아르헨티나·콜롬비아·페루 정부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유엔 헌장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이날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베네수엘라대사를 추방한 페루 정부는 “베네수엘라 국내외에서 힘을 기반으로 한 위협은 민주 정부를 회복시키려는 목표를 해친다”고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의 아들 니콜라스 마두로 게라는 “미국이 우리 조국을 더럽힌다면 라이플을 들고 뉴욕에 쳐들어가고 백악관을 접수하겠다”며 거칠게 응수했다.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오히려 마두로 대통령을 도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전임자인 우고 차베스에 이어 광범위한 반미 정서에 기반해 집권하고 권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정부 세력은 미국이 군사 개입을 경고한 상황에서 반역자들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지면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
한편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협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과 괌 지사의 통화 내용도 역풍을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에디 칼보 괌 지사와의 통화에서 “당신은 (북한의 위협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사람들은 괌과 당신을 얘기한다”고 말했다. 이어 “돈 한 푼 쓰지 않고도 (관광 수입이) 열 배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괌에 대한 안전보장을 약속하면서 “김정은이 최근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자”고 했다.
괌대학의 로버트 언더우드 총장은 이런 대화 및 북한의 위협과 관련해 “괌이 장기판의 졸로 쓰이는 것 같다”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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