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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백악관의 ‘극우’ 스티븐 배넌을 어찌할 것인가

등록 2017-08-15 17:44수정 2017-08-16 07:16

트럼프, 배넌에게 ‘내부 추방령’
머독 등이 전방위 배넌 해임 공세
실제로 쫓겨날지는 아직 불투명
“배넌은 참모가 아니라 동반자”

트럼프 “KKK·네오나치는 범죄자”
백악관 급거 귀환해 뒤늦은 비난
극단적인 반이슬람·반중국 주장을 펼치는 스티븐 배넌 백악관 선임고문 겸 수석전략가가 국가안보위원회 수장회의 참석자가 됨으로써, 트럼프의 대외정책도 그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됐다. 사진은 지난 대선 당시 배넌이 트럼프 유세 현장을 지켜보는 모습. AFP 연합뉴스
극단적인 반이슬람·반중국 주장을 펼치는 스티븐 배넌 백악관 선임고문 겸 수석전략가가 국가안보위원회 수장회의 참석자가 됨으로써, 트럼프의 대외정책도 그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됐다. 사진은 지난 대선 당시 배넌이 트럼프 유세 현장을 지켜보는 모습. AFP 연합뉴스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의 백인민족주의 세력 난동을 계기로 백악관 내에서 극우주의자인 스티븐 배넌 수석전략가를 둘러싼 권력투쟁이 고조되고 있다. 그의 ‘생존’ 여부가 향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기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배넌을 둘러싼 논란은 샬러츠빌 난동 전부터 트럼프 행정부와 백악관에서 고조돼왔다. 트럼프의 신뢰가 줄어들고 있어, 축출이 머지않았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14일 트럼프가 수개월간 배넌의 축출을 고려해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에게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그의 해임을 거듭 촉구하고 있고,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의 불화도 계속 언론에 노출되고 있다.

샬러츠빌 사태로 휴가를 취소하고 백악관으로 귀환하기 전, 트럼프는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존 켈리 비서실장이 동석한 만찬에서 배넌을 해임하라는 머독의 거듭된 재촉을 거의 반박하지 않았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배넌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맥매스터는 14일 <엔비시>(NBC) 방송 인터뷰에서 ‘배넌과 같이 일할 수 있냐’는 거듭된 질문에 답하기를 거부했다. 켈리 백악관 신임 비서실장도 배넌의 ‘음지에서의 책략’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다고 트럼프의 측근들이 전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권좌 배후에 있는 실세이자 두뇌로 배넌을 묘사한 <타임>의 보도에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블룸버그 뉴스> 기자가 쓴 <악마의 거래>라는 책에서 배넌이 대선에 크게 기여했다는 내용도 트럼프를 기분 나쁘게 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배넌에게 조종당하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최근 배넌을 백악관 내에서 일종의 내부 추방을 하고 일주일 이상 대면하지 않았다고 <뉴욕 타임스>는 보도했다. 대통령 집무실의 고정 집기 같았던 그의 입지가 추락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샬러츠빌 난동에 대해 “여러 편”의 잘못이라며 양비론적 태도를 보인 게 심각한 후폭풍으로 이어지자 14일 뉴저지주의 트럼프 내셔널골프클럽에서 급거 백악관으로 돌아와 “인종주의는 악”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큐클럭스클랜(KKK)과 네오나치 등 인종주의의 이름으로 폭력을 유발하는 자들은 범죄자이고 폭력배”라고 뒤늦은 비난을 내놨다. 머크·인텔·언더아머의 최고경영자들이 이번 사태와 트럼프의 미온적 반응에 항의해 그의 경제 자문위원회에서 탈퇴를 선언하는 등 여론의 반발이 만만찮게 일었다.

하지만 트럼프가 배넌을 실제로 내칠지는 불확실하다. 참모라기보다는 열성적인 지지 세력을 모아주는 일종의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배넌을 안팎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데리고 있는 이유다. <뉴욕 타임스>도 트럼프가 배넌을 해임할 경우 그가 취할지도 모르는 장난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넌은 자신의 백악관 생활이 길어야 1년이 될 것이라며 이민 축소 등 자신의 의제들을 관철하는 데 역점을 둬왔다. 배넌은 백악관 입성 이후 끊임없는 주목의 대상이 됐다. 월가의 분석가 출신으로 ‘대안 우익’ 매체 <브레이트바트 뉴스>를 창업한 그가 공직 경험이 전무한데도 요직에 전격 발탁됐기 때문이다. 특히 인종주의로 무장한 백인민족주의의 대표적 이론가라는 점에서 백악관 내에서 그의 입김이 논란이 돼왔다.

배넌은 그동안 트럼프의 사위 쿠슈너와의 불화 등 끊임없는 마찰설에도 불구하고 건재를 과시했다. 쿠슈너는 올봄에 배넌을 해임하라고 트럼프에게 요구했다가 타박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로서는 배넌으로 상징되는 백인민족주의 세력의 열렬한 지지를 배척하지 않으면서도 정통 보수 세력도 품는 줄타기를 하는 셈이다. 샬러츠빌 사태로 이런 줄타기는 더욱 위험해지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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