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16일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한 거리에서 나흘 전 발생한 폭력시위의 희생자 헤더 하이어에게 보내는 추모의 메시지를 분필로 쓰고 있다. 하이어는 백인민족주의자 무리가 벌인 폭력시위 중 의도적으로 돌진한 차량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 이날 열린 장례식에는 시민 1000여명이 참석했다. 샬러츠빌/AFP 연합뉴스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의 극우세력 난동 희생자인 헤더 하이어(32)의 장례식이 16일 이 지역 패러마운트극장에서 열렸다. 하이어는 지난 12일 나치 추종자인 오하이오주 출신 제임스 앨릭스 필즈(20)의 차량 돌진으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가족과 지인, 샬러츠빌 주민들은 하이어가 차별에 대항하며 때마다 집회에 참여해왔다고 기억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변호사 사무실 업무와 식당 종업원 일을 병행한 그는 평소에도 정의와 평등에 대한 신념을 표현하는 데 힘썼다고 한다. 하이어가 좋아한 보라색의 옷차림을 한 시민 1000여명이 식장을 가득 메우고 그의 마지막 길에 함께했다.
어머니 수전 브로는 딸을 잃은 아픔을 억누른 채 “세상을 바꾸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자. 그것이 내 딸의 죽음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믿는다”고 당부했다. 브로가 “그들(백인민족주의자)은 내 아이 입을 닫으려 했지만 오히려 (목소리를) 크게 만들었다”, “분노에 대해 폭력이 아닌 옳은 행동으로 맞서달라”고 독려하자 참석한 시민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백인민족주의자 일부가 난입하겠다고 예고하면서 경찰관도 배치됐으나 우려했던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번 유혈사태에 양비론적 태도를 보여 비난을 받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진정으로 특별하고 젊은 여성, 아름답고 훌륭한 헤더 하이어의 장례식이 열린다”며 “우리 모두 그를 항상 기억할 것”이라고 트위트를 올렸다.
하이어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으려는 미국 사회의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이날 새벽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시는 샬러츠빌 사태의 고리가 된 남부연합 상징물 4점을 계획대로 철거했다. 앞서 백인민족주의 단체들은 시당국이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의 영웅인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을 철거하려 하자 샬러츠빌에 몰려와 난동을 부렸다. 이날 1857년 드레드 스콧 사건에서 노예제도를 옹호하는 판결로 남부 입장을 지지했던 로저 토니 연방대법원장과 스톤월 잭슨 장군 동상, 남부연합 여성과 남부군 기념물도 일괄 제거됐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보고 올린 트위트는 역대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글로 등극했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연설문에서 따온 “누구도 피부색과 출신, 종교를 이유로 다른 사람을 증오하도록 태어나지 않았다”는 글은 400만번이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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