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하비가 미국 텍사스주를 덮친 가운데, 휴스턴 남동부 디킨슨의 한 요양원에서 노인들이 휠체어와 의자에 앉은 채 몸이 물에 반쯤 잠겨있다. 요양원장이 사진을 딸에게 전송했고 사위 티머시 매킨토시가 이를 트위터에 올리면서 재빠른 구조가 이뤄졌다. 사진 출처: 티머시 매킨토시 트위터
지난 27일 미국 작가 티머시 매킨토시의 트위터에 “텍사스 디킨슨의 라 비타 벨라 요양원이 환자들과 함께 물에 잠겼다”는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소파와 휠체어에 앉아있는데 하반신이 거의 물에 잠겨있었다. 이 내용은 순식간에 수천번 리트위트됐다. 매킨토시는 “가능한 빨리 응급 서비스가 필요하니 제발 리트위트 부탁드립니다”라는 두 번째 글을 올렸다.
“가짜 사진으로 의심된다”는 반응도 있었으나 “절대 가짜 사진이 아니다. 도움이 필요하고 우리는 가족이다”라는 그의 호소는 재빠르게 구조를 이끌어냈다. 노인 15명은 사진이 올라온 직후 구조됐고, 매킨토시는 요양원 원장의 사위로 확인됐다. 원장이 딸한테 전송한 사진을 매킨토시가 건네받아 트위터에 올린 것이다. 매킨토시는 “이를 믿어준 사람들의 리트위트와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구조 0순위에 올라 모두 무사히 구출됐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 텍사스주를 덮친 이후 소셜미디어(SNS)가 구조 요청 통로로 요긴하게 활용되고 있다. 전통적인 수단인 911에는 지난 주말 15시간 동안 5만6000건 이상의 전화가 폭주했다. 911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자 주민들이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위치와 주소를 게재하며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애니트 풀러는 27일 집에 물이 차오르자 이웃집 3층으로 대피했다. 다른 세 집 주민들도 함께였다. 풀러는 전화기로 동영상을 찍어 두 딸에게 보냈고, 딸들은 이를 페이스북에 올려 전파했다. 풀러와 이웃들은 무사히 구조됐다. 풀러는 <에이피>(AP) 통신에 “911에 아무리 전화해도 벨소리만 나고 응답이 없었다”며 “911까지 마비될 거라곤 경고를 받은 적이 없어서 너무 무서웠는데, 어떤 면에서는 소셜미디어가 정부기관보다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절망적인 순간에 페이스북에 ‘누구든지 살려주세요’라고 올리면 당장에 누군가는 볼 것 아니냐”며 구조 수단으로써 소셜미디어의 유용함에 큰 신뢰를 보냈다.
이재민뿐만 아니라 경찰과 자원봉사자도 구조작업에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큰 성과를 봤다. 휴스턴으로 소형 보트를 가져와 구조를 도운 자원봉사 단체 ‘케이준 해군’은 페이스북을 이용했다. 그들은 “구조가 필요한 사람들은 휴대전화에 앱을 설치한 뒤 가장 가까운 곳의 구조 보트를 찾으라”고 안내문을 게재했다. 안내문은 1만2000번 공유됐고, 이를 보고 연락한 이재민들이 구출됐다. 숙박공유사이트 에어비앤비 트위터는 주민들이 집을 이재민들한테 무료로 제공하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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