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니아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인이 허리케인 하비 수해지를 방문하면서 하이힐을 신은 걸 비판하는 한 트위터 이용자의 게시물. 사진출처: 홀리 오레일리 트위터
미국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허리케인 하비 피해를 위로하려 텍사스주를 방문하러 가면서 ‘6인치(15.24cm) 하이힐’을 신어 구설에 올랐다. 멜라니아의 대변인은 자연재해 와중에 신발에만 관심을 갖는 대중을 탓했지만, 시민과 언론은 때와 장소 구분에 실패한 부적절한 패션을 질타했다.
멜라니아는 29일(현지시각) 남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텍사스주 코퍼스 크리스티로 가는 전용기에 올랐다. 허리케인 하비가 텍사스주를 강타한 지 5일 만에 처음으로 수해 지역을 위로 방문하러 가는 길이었다. 교황을 접견할 때 이탈리아 브랜드 정장과 검은 레이스 베일을, 프랑스를 방문할 때 프랑스 브랜드 정장을 입을 정도로 ‘고위급 회담’에서 유감없이 전직 패션 모델의 감각을 뽐냈던 멜라니아였다. 그러나 폭우에 삶터를 잃은 낮은 지역 주민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신은 ‘스틸레토 힐’(가늘고 높은 뾰족구두)은 국민정서와 ‘미스 매치’를 이뤘다는 평가다.
대통령 부인의 남다른 홍수 패션이 공개되자,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선 비판 글이 홍수를 이뤘다. 배우 잭 브라프는 “하이힐을 신고 참사 지역으로 가는 멜라니아의 의상은 나의 핼러윈 의상”이라고 비꼬았다. 코미디언 제시카 커슨은 “백악관, 대단한 아이디어다. 잔해는 굽으로 찍어 치우면 되겠다”고 풍자했다.
멜라니아의 대변인 스테퍼니 그리셤은 “텍사스에 자연재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신발에만 관심을 갖다니 안타깝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일가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일 뿐만 아니라, 대통령과 그의 가족은 계속해서 ‘적절한’ 방식을 정의하고, 당파적으로 비방할 구실을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도 “그녀가 대중의 시야로 걸어들어 올 때, 남편 곁에 조용히 서있든 걷든, 그 이미지는 암묵적으로 의도와 자의식의 표현”이라며 “텍사스 방문 길에 퍼스트레이디가 공감을 표현하는 대신 패션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멜라니아 본인도 ‘부적절한 신발 선택’을 암묵적으로 인정한 모양새다. 텍사스 해안도시 코퍼스 크리스티에 도착해 대통령 전용기에서 내릴 때, 멜라니아는 검정 하이힐 대신 흰 스니커즈를 신고 있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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