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하비로 물바다가 된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근처 화학공장이 폭발했다. 이 사고로 유출되는 화학물질이 얼마나 피해를 끼칠지 불확실하지만, 2011년 쓰나미에 의한 정전 뒤 폭발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태를 연상시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현지시각 31일 새벽 2시께 휴스턴 도심에서 동쪽으로 50㎞ 떨어진 크로스비의 화학공장에서 두 번의 폭발이 일어나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경찰관 1명이 연기를 들이마셔 병원으로 이송됐고, 다른 경찰관 9명도 연기를 흡입했다며 검진을 위해 병원으로 갔다. 현지 경찰은 연쇄적 화학 반응이 우려된다며 주변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권고했다. 브록 롱 연방재난청장은 기자회견에서 “(폭발 현장에서 나온) 연기는 엄청나게 위험하다”고 말했다.
프랑스 화학업체 아르케마가 운영하는 이 공장은 의약품과 건설자재에 들어가는 유기과산화물을 만드는 곳이다. 이 업체는 “강력하고 폭발적인 화재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폭발을 막을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현지 경찰은 이 공장의 폭발을 우려해 반경 2.4㎞ 안에 대피령을 내렸다. 이 공장은 지난주 하비의 상륙을 앞두고 가동을 중단했다.
이번 사고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원인이 같다. 하비가 뿌린 폭우로 공장이 침수돼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서 냉각장치가 작동을 멈췄고, 이에 화학물질 온도가 상승하면서 폭발로 이어졌다. 후쿠시마 사고 때도 정전으로 냉각수 공급 장치가 작동을 멈추면서 온도가 치솟은 노심이 녹아내리는 사태로 발전했다. 휴스턴 일대는 미국 석유화학공업 중심지여서 다른 폭발 사고 가능성도 우려된다.
하비는 열대폭풍으로 약화됐지만 텍사스주에서 동쪽의 루이지애나주로 이동하며 계속 폭우를 뿌려 침수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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