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예술가 ‘불법이민자용 운동화’ 무료로 나눠줘
미국의 예술가 주디 웨르테인은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들어오는 멕시코인 불법이민자들에게 ‘국경 넘기 운동화’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웨르테인이 특별 디자인한 이 운동화에는 주로 밤을 틈타 국경을 넘는 이들을 위한 작은 전등과 나침반이 달려 있고 부상자들을 위한 진통제 타이레놀도 들어 있다. 빼낼 수 있는 안창에는 이민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노선을 표시한 지도까지 들어있다고 영국 <비비시(BBC)>는 보도했다. 웨르테인은 “멕시코인들은 국경을 넘기 위해 8시간을 걸어야 한다. 길에는 돌, 뱀, 독거미가 많아 발에는 상처가 나곤 한다”고 설명한다.
미국 샌디에이고와 맞닿은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국경을 넘기 위해 기다리는 멕시코인들에게 웨르테인은 치수별로 운동화를 건넨다. 48시간이나 걸려 티후아나까지 오느라 신발이 다 망가진 과달루페 엘리아스는 쉼터로 찾아온 웨르테인에게서 운동화를 받고 감격에 겨워 울음을 터뜨렸다.
애리조나와 뉴멕시코 등 미국 남부 주 정부들은 불법 이민자들을 막기 위한 총력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웨르테인의 운동화 나눠주기는 격렬한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일부에서는 멕시코인들이 평생 신어보지 못한 새 운동화를 나눠줘 불법이민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웨르테인은“미국인들이 멕시코인들의 값싼 노동력을 원하는 것이 불법이민의 진짜 원인인데도 이런 진실은 무시되고 있다”며 “이를 고발하기 위해 논쟁을 일으켰을 뿐”이라고 말했다.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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